단풍 따라 문학관 순례…오늘은 나도 '문청' [고두현의 문화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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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2
가볼 만한 문학관 (1) 중부권
춘천 '동백꽃'의 김유정문학촌
소설 주인공들과 함께 인증샷
평창 이효석문학관 봉평장터
메밀밭·생가에도 작가 숨결이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화성 홍사용문학관도 새 명소
고두현 논설위원

이곳의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하는 사람은 발길마다 단풍 물을 적시며 걷는다.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문학촌으로 이어지는 길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김유정 생가와 기념전시관, 김유정이야기집은 작품 속 주인공들과 사진을 찍는 이로 붐빈다. ‘봄봄’과 ‘동백꽃’을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는 영상실도 인기다.소설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금병산 자락 실레이야기길 또한 명소다. 16개 길에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등 재미있는 이름이 각각 붙어 있다. 지난 24일 김유정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문인들도 “김유정 소설의 해학을 잘 살린 길 이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유정문학촌에서는 김유정문학축제와 4대 문학상 시상식 등 굵직한 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소설가 이순원 씨가 촌장을 맡아 내실 있는 기획전과 창작교실 등을 마련한 덕분에 전국 규모의 문화순례지가 됐다.

경기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도 가볼 만하다. 이곳은 황순원 소설 ‘소나기’를 주제로 한 마을이자 문학공원이다. 소설 속의 수숫단을 형상화한 원뿔형 조형물에 작가의 친필과 작품연보가 새겨져 있다. 옛날 교실을 재현한 ‘남폿불 영상실’에서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문학카페와 사랑방에서도 작품을 음미할 수 있다.
경기 화성시에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시인 홍사용을 기리는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있다. 지금은 아파트가 즐비한 동탄신도시로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오산천을 타고 서해의 배가 이곳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홍사용이 100년 전 창간한 잡지 이름이 ‘백조(白潮)’였으니, 그 배들이 그려낸 하얀 물결이 이곳까지 이어져 오는 듯하다.이 문학관은 몇 년 전 관장을 맡은 손택수 시인의 열정 덕분에 최근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문학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 관장은 홍사용이 극단 토월회와 산유화회에서 활동한 극작가였던 점을 감안해 문예지 ‘시와 희곡’을 창간하고, 명맥이 끊겼던 ‘백조’를 복간했다. 노작 홍사용 창작단막극제와 청소년 시낭송공모전까지 열고 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1층에서부터 산유화극장의 공연 소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2층 전시실에서는 홍사용 문학에 대한 영상과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시인과 함께 걷는 시숲길, 문학이 함께하는 음악회도 즐길 수 있다. 지난주 찾은 이곳 정원과 마당, 뒤 숲은 방문객의 열기와 단풍 빛으로 한층 붉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