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올들어 처음 꺾여…내년 상반기까지 약세 가능성

D램 고정거래가격 급락

부품 '품귀'에 고객사 생산 지연
"고점대비 30% 떨어질 수도"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29일 발표한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 하락폭(-9.51%)은 업계의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최대 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업계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분기 첫 달의 가격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현재 수준의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조증상은 이미 나타났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한때 5달러를 돌파했던 PC용 D램 현물가격은 지난 5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9월에는 7개월 새 최저치(3.8달러)를 기록하며 연말 가격 조정 가능성을 알렸다. 주로 중소업체들이 적은 물량을 구입할 때의 가격인 D램 현물가격은 시황을 직접 반영해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D램 가격 폭락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고객사 재고가 많다. 공급망(SCM) 붕괴를 우려한 기업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사가 재고를 우선 소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가격 협상이 장기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부품 수급난으로 반도체 고객사들의 생산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실제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IC(집적회로), 기판 등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금융분석 업체인 서스키해나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작년 말 13주에서 올 3분기 22주로 크게 길어졌다. 수급난이 심각한 MCU의 리드타임은 33주에 달했다. 애플은 시스템 반도체와 부품 공급 부족으로 올해 아이폰 생산량을 계획보다 1000만 대 줄이기로 했다.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부품 수급난이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공급 불확실성에 따른 피해가 4분기에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 1분기에는 D램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점 대비 30%가량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께는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응용처가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공정난도가 과거보다 높아져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은 작아졌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