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덕 보자"…인근 아파트 리모델링 열풍

노량진·이문…추진위 잇따라
1990년대 후반 입주 아파트
주민설명회·동의서 확보 나서

용적률 높아 재건축은 힘들어
"새 아파트 변신, 상승세 동참
주거·생활·교통 인프라 공유"
뉴타운 인근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가재울뉴타운 인근 서대문구 남가좌동 ‘남가좌현대’ 단지 전경. /장현주 기자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대규모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는 뉴타운 주변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우기까지 상당 시간 남아 있지만 리모델링으로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뉴타운 신축 단지의 가격 상승세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가재울, 노량진, 북아현 등 주요 뉴타운 인근 단지들은 앞다퉈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꾸려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가재울·광명·노량진 인근 ‘들썩’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4구역과 인접한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최근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2001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1696가구 규모로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 468%, 건폐율 19%를 적용한 1950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내년 초 조합 창립 총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 11일부터 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며 “벌써 30%가량 동의서를 받았을 정도로 주민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노량진동 ‘우성’도 리모델링 추진위를 꾸리고, 사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1만2000여 가구 규모의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일대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석관동 ‘코오롱’(1999년 준공, 453가구)은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를 출범해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문동 ‘쌍용’(2000년 준공)도 리모델링 추진위를 꾸려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아파트는 15개동, 1318가구로 지어졌다. 용적률이 363%로 높아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문4구역 옆에 있는 이문동 ‘삼익’(1997년 준공, 353가구)은 지난 8월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이 밖에도 ‘힐스테이트 신촌’(북아현 1-1구역), ‘신촌푸르지오’(북아현 1-2구역), ‘e편한세상 신촌’(북아현 1-3구역) 등이 들어선 북아현뉴타운 단지에 둘러싸인 서대문구 북아현동 ‘두산’(1999년 준공, 956가구)은 이달 리모델링에 대한 사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4구역 ‘DMC파크뷰자이’와 5구역 ‘래미안DMC루센티아’를 끼고 있는 남가좌동의 ‘남가좌현대’(1999년 준공, 1155가구)도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광명시 광명뉴타운 ‘최대어’인 11구역과 가까운 광명동 ‘광명한진타운’(1997년 준공, 1633가구)은 리모델링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모집하고 있다.

“뉴타운 단지 대비 저평가 우려”

뉴타운 인근에서 리모델링 추진이 잇따르는 이유는 집값 보호 측면이 크다. 두산아파트 조합설립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뉴타운과 함께 형성된 주거·생활·교통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면서도 “뉴타운에 입주한 새 아파트에 비해 노후도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재건축보다 규제 허들이 낮다는 점도 리모델링에 관심을 높이는 이유다. 재건축 연한(30년)의 절반 수준인 준공 15년이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다. 리모델링에 나서는 단지 대부분이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1990년대 후반 입주 아파트다. 또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각종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반면 재건축 시장은 안전진단 문턱에 막혀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도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게 유리하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건물 각층의 바닥면적을 합친 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통상 용적률 200% 이상이면 재건축을 해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며 “수익성 악화, 주민 반대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걸림돌이 많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