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에 강제 관장, 성폭행 당했다"…9·11 용의자 첫 증언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과 인권 침해 사실을 알리는 수감자의 첫 공개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이 저녁 기도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사진=AFP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과 인권 침해 사실을 알리는 수감자의 첫 공개 증언이 나왔다. 관타나모는 9·11 테러 이후 용의자 등을 수용했던 곳이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관타나모 수용자였던 마지드 칸(41)인 28일(현지시간) 열린 법정에서 배심원들에게 '블랙 사이트(미국 국외에 있는 비밀 군사시설)'로 알려진 CIA 비밀 시설에서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진술했다. 미 정부의 소위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에 관한 공개 진술은 이번이 처음이다.

칸은 9·11 테러와 관련 관타나모에 수용된 주요 억류자 5명 중 1명으로, 2006년 9월 관타나모로 이송되기 전 3년간 CIA 블랙 사이트에 수용됐다.

그는 "오랫동안 벌거벗긴 채 천장에 매달려야 했고, 며칠간 잠을 못자게 얼음물을 계속해서 퍼부었다"고 증언했다. 또 "거의 죽을뻔할 정도로 머리는 물 속에 처박히고, 코와 입에 물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빛도 보지 못했고, 심분자와 감시자 외에는 누구도 접촉하지 못했으며, 구타와 강제 관장, 성폭행 등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칸의 이런 진술의 일부는 2014년 상원 정보위원회에 보고돼 알카에다 수용자에 대한 CIA의 만행에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 조직원이었던 칸은 자신이 조직원이었던 사실과 일부 작전 계획에 참여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2012년 2월 음모와 살인, 테러 지원 등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고, 9·11 테러를 계획하고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5명에도 포함됐다.

칸은 당초 25년에서 40년형을 받을 수 있었지만, 미국 수사당국에 협조하는 '플리바게닝'으로 11년형은 넘지 않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로 인해 2012년 2월 유죄 판결 이후 구속된 것으로 인정 받아 내년에 풀려난다.

다만, 칸은 석방되더라도 시민권이 있는 파키스탄에 돌아가지 못하고, 제3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