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벌써 끝났나…이태원 핼러윈 맞이로 '들썩'

위드 코로나 예고에 강남·홍대도 주점 만석…방역 우려도
11일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계획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금요일인 29일 밤부터 서울 도심 곳곳이 인파로 들썩였다. 업소들도 아직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는데도 일요일인 핼러윈 당일보다 금·토요일 밤을 '대목'으로 인식해 인테리어 등에 한껏 힘을 준 모양새였다.

주점들은 음악을 크게 틀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오후 9시께 이태원역 인근에는 구미호와 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캐릭터의 복장을 착용한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속 복장을 한 사람들도 많았다.

행인들이 페이스페인팅과 코스프레를 한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 발길을 멈추기도 하면서 골목은 금세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로 가득 차 끊임없이 어깨를 부딪칠 정도였다.

방문객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썼지만, 골목 한편에는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친 상태)만 하고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는 등 사실상 거리두기가 실종된 사례도 종종 목격됐다.

주점 내부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석이라 방문객들이 서로 놀라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완전 외국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단속에 나서 주요 길목을 돌아다녔으나,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용산구청 식품위생과 관계자는 "무조건 단속하기보다는 오후 10시에 영업을 종료하는지, 인원을 잘 지키는지, 백신 접종 확인을 잘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는지 등을 위주로 보면서 계도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적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태원만큼은 아니었지만, 강남 유흥가도 북적댔다.

식당과 주점에서 내놓은 야외 테이블 자리가 속속 들어차 가게를 찾아 떠도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주점 점원들은 코스프레 복장으로 호객했고, 취객들이 내지르는 고성이 거리를 채우면서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 호프집 직원은 "이런 대목에는 예약도 안 받고 현장 손님들을 빨리빨리 받는 게 이득"이라며 "방역도 풀린다고 하니 다들 이때다 싶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친구끼리 금요일 밤을 즐기러 나왔다는 고모(29) 씨와 이모(27) 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즐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혹시라도 돌파 감염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홍대 인근에서도 해리포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징어 게임, 배틀그라운드 등의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국 전통 갓을 쓰고 저승사자 분장을 한 백인 남성도 보였다.

헌팅 포차는 젊은 남녀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동성 친구와 가게를 찾은 남성·여성들 무리가 서로 합석하며 어울리는 모습도 보였다.

골목을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에도 손님들이 몰려들어 떡볶이와 닭꼬치 등을 한입씩 베어 물었다.

캐나다에서 유학을 왔다는 대학생 에밀리(19) 씨는 "오늘도 놀고 핼러윈엔 더 제대로 놀겠다"며 "다들 백신을 맞았으니 방역도 안정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치연 임성호 홍규빈 홍유담 윤우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