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유나이티드헬스 에픽게임스…인플레에 맞설 가격결정력 가진 기업

인플레이션 급등세 속에 비용 상승분을 전가할 수 있는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TSMC 브로드컴 유나이티드헬스 에픽게임스 텐센트 등이 이런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으로 꼽혔다.

캐피털그룹은 29일(현지시간) '가격 결정력은 기업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Pricing power can help companies fight inflatio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가격결정력은 향후 1년간 중요한 경쟁우위가 될 수 있다"라며 이들 기업을 선별했다.캐피털그룹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들은 상승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해 마진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피털그룹은 건강보험, 반도체, 음료, 게임 업종은 가격결정력이 높은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높고 안정적인 마진을 누려왔다는 것이다.
캐피털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 비용은 지난 20년간 물가 상승률(개인소비지출 물가 기준)보다 2.5배 증가했다. 건강보험 회사들은 높은 가격결정력을 바탕으로 이런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했다. 미국 1위 건강보험 기업인 유나이티드헬스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반도체 산업도 5G,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등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결정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공급망 혼란까지 겹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TSMC는 지난 8월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특정 반도체, 장비에서 강한 가격결정력을 가진 소수의 지배적 기업들로 브로드컴, ASML 등이 꼽혔다.

음료 업종에도 심각한 소비자 반발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업체들이 있다고 캐피털그룹은 밝혔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1인용 커피 팟과 청량음료(캐나다드라이, 닥터페퍼, 스내플)를 만드는 크루이크닥터페퍼가 그중 하나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는 가격결정력을 가진 업체로 게임업체들이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각각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인기 게임 타이틀을 보유한 액티비전블리자드, 에픽게임스 등도 무료 게임 내의 아이템 판매 가격 등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텐센트는 이런 에픽게임스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