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기업을 보다] "해외 기업 장악한 콜센터 솔루션…녹취는 '퓨렌스'가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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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SBA)-한경닷컴 공동기획]
콜센터 솔루션 개발기업 '퓨렌스'
해외 솔루션 범람하는 콜센터 시장
올인원 솔루션에 '녹취' 분야도 흔들
연구개발로 한국산 솔루션 입지 지킨다
"콜센터 솔루션에는 클라우드, 교환기, 미들웨어, 녹취 등 다양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해외 기업들이 장악했다고 보면 됩니다. 국내 기업이 살아남은 부분은 녹취인데, 최근 올인원 솔루션이 나오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콜센터 솔루션 개발기업 퓨렌스의 신현삼 대표(사진)는 국내 콜센터 솔루션 시장을 시스코, 아마존, 어바야, 제네시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 개발비를 들여 만든 콜센터 솔루션은 국내에서 쓰기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토종 기업들을 밀어내고 시장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가령 콜센터 솔루션을 새로 도입한다면 어바야의 교환기와 제네시스의 미들웨어를 사용해 아마존 클라우드에 구축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콜센터의 다양한 영역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장악됐지만 상담원과 소비자의 대화를 녹음하는 녹취 부분만은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국내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글로벌 기업들이 수용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올인원' 솔루션을 내놓고 있기 때문. 신 대표는 "녹취 기능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클라우드 올인원 솔루션을 제시하면 별도로 비용을 들여 녹취 솔루션을 따로 쓰기 부담스럽지 않겠나. 고객사가 사용하도록 만드려면 특별한 기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퓨렌스는 콜센터 녹취 솔루션 '렉씨(RecSee)'를 주력으로 하는 업력 15년의 콜센서 솔루션 개발기업이다. 녹취 솔루션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신 대표가 창업하며 시작됐다.
"녹취 업계도 70년 정도 됐습니다. 과거에는 전화선을 따는 공사가 중심인 작업이었죠. 그래서인지 학력을 따지지 않았고 신기술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이 많았습니다."신 대표의 회상이다. 녹취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싶어 회사에 제안도 해봤지만 잘 통하지 않자 아예 스스로 창업하는 길을 택했다.
2007년 창업한 퓨렌스가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는 국내 대기업 미국지사의 콜센터 솔루션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고객 전화를 받은 상담원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상담원이 사용하는 PC 화면을 녹화해 둘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미국 현지에서 100일간의 강행군이 이어졌고, 그 결과 탄생한 게 '렉씨 1.0'이었다.
"개발로 한창 바쁠 때 FBI(미 연방수사국)가 출동해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적도 있었어요." 신 대표는 개발 당시의 비화도 소개했다. 갓 개발한 솔루션을 콜센터에 적용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는 중에 FBI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것. 콜센터 직원과 상담하던 고객의 발언에 "폭파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그는 "처음에는 녹취 파일을 달라고 독촉하는 수사관 때문에 무서웠고, 나중에는 FBI가 콜센터까지 감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무서웠다"며 "당시 안정화가 덜 되어 오류로 파일이 날아간 경우가 많았는데, 다행히 해당 파일은 무사해 FBI에 바로 제출했다. 그 파일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도 생각하곤 한다"고 웃어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퓨렌스의 녹취 솔루션 렉씨는 현재 3.0 버전이 서비스되고 있다. 내년 말을 목표로 4.0 버전이 개발되고 있다. 퓨렌스는 렉씨 4.0 버전을 내놓고 추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능을 덧붙일 방침이다. 고객이 상담원과 나눈 대화 음성을 분석해 고객의 감정을 분석하고, 이후 대화를 추론해 보다 원활한 상담을 돕겠다는 게 골자다. 신 대표는 "대화 음성을 문자로 풀고, 문자를 가지고 고객의 감정을 분석한다"면서 "하지만 음성만 갖고 분석하는 곳이 없다. 상담 내용을 녹취하면서 민원을 빠르게 찾거나 예측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독창적 기능이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도 국내 기업이 살아남을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을 위한 자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신 대표는 "콜센터 업계에 처음 AI가 도입될 당시엔 기존 업체들은 무시하거나 비웃었다. 그만큼 변화에 둔감했던 업계"라며 "R&D를 열심히 하는 녹취 기업의 가치를 보여줘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능력있는 개발자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신 대표는 "중소기업이라도 급여를 적게 주진 않는다. 퓨렌스에는 연봉 1억원을 받는 40대 중반 직원이 여럿 있다. 능력을 발휘하면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하고 있다"며 구애했다.
퓨렌스는 서울시(서울산업진흥원, SBA)의 인증을 받은 업체다. 강소기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동반성장을 이루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신 대표는 "SBA는 열심히 뛰는 큰 조직"이라며 "하이서울 인증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해외 마케팅과 판로 개척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SBA가 사업적 지원뿐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서도 감동을 줄 만큼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워크샵에서 SBA의 중소기업 힐링사업을 지원 받았다. 우리 워크숍 장소에 무대를 만들고 예술인들이 우리만을 위한 연극을 선보여 직원 모두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며 "사업적 지원 뿐 아니라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고민까지 하는 SBA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