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도 못 널어"…백령도 뒤덮은 '모래바람'에 주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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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전용부두 공사장 준설토 날려…해수청 "방진막 설치" "빨래해서 널면 옷에서 모래가 나와요. "
30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용기포항 일대 접안시설 축조공사 현장. 강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11만1천㎡ 규모의 부지에 쌓인 모래들이 휘날리며 공사장 일대는 짙은 안개가 낀 듯한 모습이었다.
이 모래들은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용기포항에서 진행 중인 해경 전용부두 건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준설토에서 나온 것이다.
공사장을 따라 높이 3m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바람을 타고 치솟는 모래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백령도 진촌5리의 용기포 주민들은 이곳에서 발생한 '모래 바람'이 마을까지 날려와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 이홍진(56)씨는 "집마다 창틀을 보면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고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했다간 집안이 난리가 난다"며 "평소에 눈이 너무 따끔거리고 목도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래미 같은 생선을 바깥에 널어두면 요리해 먹을 때 모래가 씹히고, 책장에 보관된 책에서 모래가 만져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진수 진촌5리 이장은 "용기포 마을엔 현재 35가구, 주민 82명이 살고 있는데 북서풍이 불면 공사장 모래 먼지가 마을을 뒤덮는다"며 "주민들 피해가 극심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후속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용기포 주민들은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배출하는 준설토 투기장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 '용기포 마을주민들은 숨 막혀 못 살겠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공사장 일대에 내걸고 항의에 나서고 있다.
이에 옹진군은 최근 인천해양수산청에 비산먼지 발생과 관련한 저감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인천해수청은 현장 조사를 통해 비산먼지에 따른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준설토에 부직포 덮개를 씌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해 최북단 섬 특성상 부직포 등 자재 운반에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준설토 투기장의 규모까지 고려할 때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이장은 "인천해수청과 옹진군은 당초 준설토 투기장이 마을 주변에 들어설 때 철저한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이는 관리·감독 소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계속 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방진막 설치 작업을 마무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30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용기포항 일대 접안시설 축조공사 현장. 강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11만1천㎡ 규모의 부지에 쌓인 모래들이 휘날리며 공사장 일대는 짙은 안개가 낀 듯한 모습이었다.
이 모래들은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용기포항에서 진행 중인 해경 전용부두 건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준설토에서 나온 것이다.
공사장을 따라 높이 3m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바람을 타고 치솟는 모래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백령도 진촌5리의 용기포 주민들은 이곳에서 발생한 '모래 바람'이 마을까지 날려와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 이홍진(56)씨는 "집마다 창틀을 보면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고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했다간 집안이 난리가 난다"며 "평소에 눈이 너무 따끔거리고 목도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래미 같은 생선을 바깥에 널어두면 요리해 먹을 때 모래가 씹히고, 책장에 보관된 책에서 모래가 만져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진수 진촌5리 이장은 "용기포 마을엔 현재 35가구, 주민 82명이 살고 있는데 북서풍이 불면 공사장 모래 먼지가 마을을 뒤덮는다"며 "주민들 피해가 극심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후속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용기포 주민들은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배출하는 준설토 투기장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 '용기포 마을주민들은 숨 막혀 못 살겠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공사장 일대에 내걸고 항의에 나서고 있다.
이에 옹진군은 최근 인천해양수산청에 비산먼지 발생과 관련한 저감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인천해수청은 현장 조사를 통해 비산먼지에 따른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준설토에 부직포 덮개를 씌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해 최북단 섬 특성상 부직포 등 자재 운반에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준설토 투기장의 규모까지 고려할 때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이장은 "인천해수청과 옹진군은 당초 준설토 투기장이 마을 주변에 들어설 때 철저한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이는 관리·감독 소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계속 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방진막 설치 작업을 마무리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