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1년] 선거 후유증 상처투성이…깊어진 불신·극심한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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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불신 커지고 정치 양극화 심화…'흑역사' 1·6 난동 여파 지속
바이든,악재속 지지율 하락…트럼프,공화당 맹주 군림ㆍ재출마 기류 다음 달 3일이면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출한 대선을 치른 지 꼭 1년이 된다. 어느 나라든 진흙탕 싸움까지 마다치 않는 치열한 대선이 끝나면 통합을 기치로 국론을 다시 모으려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극심한 후유증을 앓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의사당 난동사태라는 흑역사까지 겹치면서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지지층 간 분열과 반목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주권과 법치를 강조해온 미국의 자존심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를 입었고, 몰락하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현주소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출마 의향을 드러내며 공화당 내 대적할 인물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통합 호소에도 국론 분열 여전…심화하는 정치 양극화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7일 대선 승리 연설의 상당 부분을 화합과 단합 호소에 할애했다. 선거전 자체가 치열했던 것은 물론 방송사의 당선인 발표가 대선 4일 후인 이날에야 나올 정도로 개표 역시 초박빙 양상을 보인 터라 갈라진 국론을 모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복을 선언하고 소송전으로 응수했다.
대선 후 통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 1896년 대선 이래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던 전통을 124년 만에 깬 것이다. 하지만 60건이 넘는 불복 소송 중 별 의미 없는 1건을 제외하면 모두 기각됐다.
조지아주 등 초박빙 지역에서 재검표도 요청해 실시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선 불복 파동은 국민 간 불신을 키우고 정파간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CNN방송이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78%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기에 충분한 득표를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논리를 옹호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선거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응답이 지난 1월 90%에서 9월 조사 때는 69%로 떨어졌다.
선거 불신이 커진 것이다.
현재 지지층 양극화 현상도 심각하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지난 27~28일 조사에서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77%였지만 공화당 지지층에선 1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연이은 악재가 겹친 바이든 대통령의 7~10월 평균 지지율은 44.7%로 취임 첫해 같은 기간 기준으로 2차 대전 이후 11명의 대통령 중 트럼프 다음으로 낮았다.
프랭크 만하임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유권자의 4분의 3이 기본적 사실을 놓고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불일치가 공공연한 적대감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암흑' 의사당 난동 여진…무더기 처벌에 의회 조사 '진행형'
대선 불복 정국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1·6 의사당 난동이었다.
그날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 중이었는데, 이를 막으려는 트럼프 지지층이 의사당에 몰려와 '민의의 전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주 방위군까지 투입된 끝에 시위대가 진압됐지만,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는가 하면, 경찰 1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미국 민주주의의 암흑이라는 혹평이 잇따르는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됐지만 상원 문턱에서 가로막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불참하며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를 끝까지 보이지 않았다.
1·6 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선동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조지아 주 정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당시 난동에 가담한 시위대 중 지금까지 691명이 기소됐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하원은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해 진상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 소환 요청을 받은 측근들의 출석을 거부하라고 지시하는 등 진상 규명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트럼프, 공화당 맹주 군림하며 재출마 기류…'트럼피즘' 영향력 여전
미 그리넬대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 대선이 열릴 경우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40%씩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세를 반영한 것이자,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퀴니피액 대학이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층의 78%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도전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의 혼란으로 허우적대던 지난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권 재도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참모진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퇴임한 대통령이 현실정치와 가급적 거리를 둔 전통을 깨고 각종 현안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정치유세도 심심찮게 하는 등 트럼프의 재출마 선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높다.
트럼프의 대표적 지지층으로는 고졸 이하 백인 노동자가 꼽힌다.
이 계층엔 유색인종에 적대감을 표출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가중으로 상대적 소외감이 커진 이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재임 시절 분열적이고 좌충우돌식 권력 운영을 한다는 숱한 비난에도, 또 대선에 불복하고 의사당 난동의 흑역사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건재는 이들의 공고한 지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트럼프주의를 뜻하는 '트럼피즘'(Trumpism)은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워 미국의 국익을 외교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국내에서도 종종 인종, 인권 문제에 눈감는 듯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인이 아직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대선 불복 파동을 초래한 근저의 갈등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고,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럼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 중 최선두 주자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며 "향수와 분노는 트럼프를 대통령직으로 다시 밀어 넣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바이든,악재속 지지율 하락…트럼프,공화당 맹주 군림ㆍ재출마 기류 다음 달 3일이면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출한 대선을 치른 지 꼭 1년이 된다. 어느 나라든 진흙탕 싸움까지 마다치 않는 치열한 대선이 끝나면 통합을 기치로 국론을 다시 모으려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극심한 후유증을 앓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의사당 난동사태라는 흑역사까지 겹치면서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지지층 간 분열과 반목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주권과 법치를 강조해온 미국의 자존심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를 입었고, 몰락하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현주소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출마 의향을 드러내며 공화당 내 대적할 인물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통합 호소에도 국론 분열 여전…심화하는 정치 양극화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7일 대선 승리 연설의 상당 부분을 화합과 단합 호소에 할애했다. 선거전 자체가 치열했던 것은 물론 방송사의 당선인 발표가 대선 4일 후인 이날에야 나올 정도로 개표 역시 초박빙 양상을 보인 터라 갈라진 국론을 모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복을 선언하고 소송전으로 응수했다.
대선 후 통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 1896년 대선 이래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던 전통을 124년 만에 깬 것이다. 하지만 60건이 넘는 불복 소송 중 별 의미 없는 1건을 제외하면 모두 기각됐다.
조지아주 등 초박빙 지역에서 재검표도 요청해 실시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선 불복 파동은 국민 간 불신을 키우고 정파간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CNN방송이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78%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기에 충분한 득표를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논리를 옹호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선거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응답이 지난 1월 90%에서 9월 조사 때는 69%로 떨어졌다.
선거 불신이 커진 것이다.
현재 지지층 양극화 현상도 심각하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지난 27~28일 조사에서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77%였지만 공화당 지지층에선 1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연이은 악재가 겹친 바이든 대통령의 7~10월 평균 지지율은 44.7%로 취임 첫해 같은 기간 기준으로 2차 대전 이후 11명의 대통령 중 트럼프 다음으로 낮았다.
프랭크 만하임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유권자의 4분의 3이 기본적 사실을 놓고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불일치가 공공연한 적대감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암흑' 의사당 난동 여진…무더기 처벌에 의회 조사 '진행형'
대선 불복 정국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1·6 의사당 난동이었다.
그날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 중이었는데, 이를 막으려는 트럼프 지지층이 의사당에 몰려와 '민의의 전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주 방위군까지 투입된 끝에 시위대가 진압됐지만,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는가 하면, 경찰 1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미국 민주주의의 암흑이라는 혹평이 잇따르는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됐지만 상원 문턱에서 가로막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불참하며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를 끝까지 보이지 않았다.
1·6 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선동해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조지아 주 정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당시 난동에 가담한 시위대 중 지금까지 691명이 기소됐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하원은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해 진상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 소환 요청을 받은 측근들의 출석을 거부하라고 지시하는 등 진상 규명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트럼프, 공화당 맹주 군림하며 재출마 기류…'트럼피즘' 영향력 여전
미 그리넬대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 대선이 열릴 경우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40%씩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세를 반영한 것이자,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퀴니피액 대학이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층의 78%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도전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의 혼란으로 허우적대던 지난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권 재도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참모진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퇴임한 대통령이 현실정치와 가급적 거리를 둔 전통을 깨고 각종 현안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정치유세도 심심찮게 하는 등 트럼프의 재출마 선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높다.
트럼프의 대표적 지지층으로는 고졸 이하 백인 노동자가 꼽힌다.
이 계층엔 유색인종에 적대감을 표출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가중으로 상대적 소외감이 커진 이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재임 시절 분열적이고 좌충우돌식 권력 운영을 한다는 숱한 비난에도, 또 대선에 불복하고 의사당 난동의 흑역사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건재는 이들의 공고한 지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트럼프주의를 뜻하는 '트럼피즘'(Trumpism)은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워 미국의 국익을 외교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국내에서도 종종 인종, 인권 문제에 눈감는 듯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인이 아직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대선 불복 파동을 초래한 근저의 갈등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고,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럼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 중 최선두 주자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며 "향수와 분노는 트럼프를 대통령직으로 다시 밀어 넣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