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 15년'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살펴보세요"

국립고궁박물관 '11월 추천 유물'…붉은색 교열 흔적 남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을 대표하는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은 같은 책을 여러 권 찍어 각지의 사고(史庫)에 분산해 보관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서울 춘추관을 비롯해 성주·충주·전주 사고 등 4대 사고가 운영됐으나,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전주 사고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소실됐다.

조선은 전쟁이 끝나자 1603년부터 전주 사고본을 바탕으로 실록 4부를 재간행해 춘추관·묘향산·태백산·오대산 사고에 두었다.

전주 사고본은 강화도 마니산에 보관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전통은 이어져 조선왕조실록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부산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흩어져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31일 '11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상설전시장 '조선의 국왕실'에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을 선정했다고 알리면서 '환수 15주년'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오대산 사고에는 실록 788책이 있었으나, 일제가 1913년 도쿄제국대학으로 반출했다.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대부분 불에 탔고, 화를 면한 27책이 1932년 경성제국대학으로 돌아왔다.

일본 정부는 2006년에야 또 다른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한국에 넘겼고, 74책이 된 오대산 사고본은 2016년 소장처가 서울대 규장각에서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이 일본 경매에 등장한 '효종실록'을 추가로 구매하면서 현존하는 오대산 사고본은 75책으로 늘었다. 오대산 사고본 특징은 일부가 교정본이라는 점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이번에 소개한 '성종실록'과 '중종실록' 역시 글자를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첨부한 부분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예컨대 '계'(計) 자에 붉은색 칠을 하고 '토'(討) 자를 옆에 찍거나 '촌'(村) 자에 획을 하나 그어 '재'(材) 자로 만든 흔적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오대산 사고본은 실록 제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박물관 유튜브 계정을 통해 유물 해설 영상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