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시아, 친환경 선박설비 2년새 매출 5배

우리는 성장기업

황산화물 저감장치 제작 국내 1위
벙커C유 선박에 설치 의무화로
세계 컨船 10대 중 1대 장착

"4년 뒤 매출 1조 클럽 가입할 것"
LNG 수소추출기 새 먹거리로
부산 미음산단 파나시아 제1공장에서 황산화물 저감장치가 제작되고 있다. 파나시아 제공
지난 29일 부산 미음산단 파나시아 제1공장. 곳곳에서 직경 5m 특수강을 구부린 뒤 용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한 산성을 견딜 수 있는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를 제작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핵심 공정이다. 스크러버는 벙커C유를 원료로 쓰는 선박의 황산화물 규제가 시작된 후 주목받는 친환경 설비로 개당 가격이 15억원에 육박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 분야 국내 1위, 세계 4위 기업인 파나시아의 이수태 회장(사진)은 “제작 중인 스크러버는 11월 유럽계 선주사에 인도될 것”이라며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대형 컨테이너선 10대 중 1대에는 파나시아 스크러버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바닷물로 황산화물 중화

파나시아 매출은 2018년 647억원에서 2019년 3284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엔 3559억원으로 더 불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벙커C유를 사용하는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스크러버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벙커C유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주연료다. 점도가 높은 벙커C유는 황과 질소 등 불순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벙커C유를 태우는 컨테이너 선박 한 척에서 하루에 나오는 황산화물은 디젤 자동차 100만 대에서 나오는 황산화물과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파나시아 스크러버의 기본 원리는 산성 물질인 황산화물을 알칼리성인 바닷물로 세척하는 것이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배기가스가 모여 있는 초대형 파이프에 안개처럼 분사하면 황산화물이 중화된다. 이후 배기가스를 굴뚝으로 방출하고 황산화물을 씻어낸 바닷물은 정수 과정을 거쳐 바다로 내보낸다.

이 회장은 “모든 제품과 시장은 부침이 있기 때문에 미리 연구하고 개발해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해야 한다”며 “선견(先見)·선수(先手)·선제(先制)·선점(先占) 등 ‘4선 전략’이 파나시아 성장을 떠받치는 변치 않는 경영 철학”이라고 말했다.

수소 추출기가 차세대 성장동력

파나시아는 이 회장이 1989년 10월 세운 범아정밀이 전신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설계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수입에 의존하는 선박용 수위 계측기를 국산화하겠다며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수위 계측기 개발에 성공한 뒤에는 2004년 평형수를 정화해 배출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로 눈을 돌렸다.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에 따라 이 장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 회장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짐이 적을 때 바닷물(평형수)을 채워 균형을 잡고 짐을 실은 후에는 바닷물을 배출한다”며 “이 과정에서 불가사리와 해파리 등 생태계 교란 생물이 세계 곳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국제해사기구가 2017년 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파나시아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소 추출기를 제3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을 고온의 수증기(물·H2O)와 반응시켜 수소(H2)를 생산하는 원리다. 이 회장은 “수소 추출기는 장차 본격화될 수소 경제 시대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평형수 처리장치와 스크러버, 수소 추출기를 앞세워 2025년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