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민 100만원'에 금리 급등…그 부담 누가 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대선 4개월을 앞두고 ‘정치적 매표(買票)’ 논란뿐 아니라 시장금리까지 뛰게 만들고 있어서다. 음식점 총량제, 주 4일 근무 같은 논쟁적 이슈를 던져 ‘대장동 게이트’란 국면을 바꾸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추가 지급 이유로 국민의 피해와 헌신·협력에 비해 지원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오늘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고 각종 지원책과 소비쿠폰이 풀리는 마당에 또 대대적인 현금살포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천문학적 재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후보는 “1인당 100만원은 돼야 한다”며 “현재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돼 추가로 30만~50만원은 더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럴 경우 15조~25조원가량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 후보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짜인 예산을 흔들어 막대한 재원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그렇다면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이 막무가내로 빚내서 현금을 뿌릴 때인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요국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마당에 우리만 거꾸로 간다면 금리·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에 미칠 후유증은 가늠조차 힘들다. 당장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발언이 ‘국채 금리 발작’을 일으킨 것이 그 징후다. 이 지사 발언이 있은 지난 29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86%포인트 급등한 연 2.103%로, 3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론 단계부터 이 정도인데, 앞으로 대선국면에서 ‘이재명 쇼크’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누구도 장담 못 한다. 국채 금리 상승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민 이자 부담이 연 12조원 증가한다. 대출로 버티는 자영업자와 ‘영끌·빚투’로 집과 주식을 산 젊은 세대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게 된다. 금융당국이 대출 억제에 나선 판에 재난지원금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이 후보 뜻대로 내년 대선(3월 9일) 전에 재난지원금이 풀린다면 명백한 선거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총선 전 전 국민 재난지원금(4인 가구 100만원)을 뿌려 여당이 톡톡히 재미를 봤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이 후보 주장대로 움직인다면 선거법상 중립의무 위반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여당은 기본주택, 지역화폐 증액 등 이 후보 공약을 예산에 반영하고 입법으로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나라살림이 선거 득표수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