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장애인이 보행로봇 입는 시대

현대차,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이동약자 돕는 새로운 ESG 경영 기대

방문석 < 국립교통재활병원 원장 >
살아있는 동물처럼 네 다리로 걷고 계단과 비탈길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을 제조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는 이 회사를 지난해 12월 인수했다. 네 바퀴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넘어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현대차 전략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로보틱스 분야의 핵심 주자로 거듭날 전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보행 로봇에 관심있는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카네기멜런대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해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네 발로 걷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로봇 관련 학술·산업 세미나에서 이 회사의 로봇이 점프하고 춤추고 살아있는 반려견처럼 네 발로 움직이는 모습은 언제나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영상으로 등장하곤 했다. 최근에는 사족보행을 하는 스폿 로봇을 대당 90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애완견 대용으로 구입해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보행 로봇의 활용이 아직 경제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활용 분야의 잠재력이 크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산업 현장, 살아있는 반려견 역할,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 많은 사람이 경계하는 군사용으로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이 가운데 모빌리티 활용이 가장 빨리 다가오는 현실이다. 포장된 도로만 움직이는 자동차의 한계를 넘은 모빌리티 기술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해 누구나 신체적인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비탈길, 계단 등의 장애물을 넘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발달은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 기반이 돼왔다. 특히 이동수단인 모빌리티 개념에서는 휠체어, 전동 휠체어가 보편화됐고 국내를 포함한 각국의 많은 기업이 마비된 환자가 착용하고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보행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의 특징은 군수산업 또는 대학과 재활병원 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초기 보행 로봇은 군수산업에 기반을 둔 기술이 의료용으로 발전한 것이고, 스위스의 치료용 보행 로봇은 취리히연방공대와 병원의 협력연구 결과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면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와 닛산이 대학, 재활병원과 협력해 이 분야 연구와 제품 개발 임상시험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차의 강력한 라이벌인 도요타는 나고야 후지타대의 재활 보행 로봇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 착용하고 걷는 로봇 ‘우팔’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모빌리티산업인 자동차 회사가 기술력을 접목해 장애인·노약자의 모빌리티를 위한 연구와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사례는 산업적 맥락이 잘 맞으면서도 최근의 기업 경영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즉 사회적 가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기업 본연의 활동과 기술력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경영 면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현대차가 인수한 것을 보면서 모빌리티 기업의 새로운 ESG 경영을 기대한다. 이동이 취약한 국내 장애인과 노약자가 과학기술·의학이 접목된 보행 로봇의 모빌리티 혜택을 받길 바란다. 나아가 국내 기업이 이를 실용화해 세계에 새로운 모빌리티 제품을 판매하고 관련 산업과 시장을 선도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