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출연 필리핀 배우 "한국 여성이 인종차별"

구독사 327만 명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버스에서 양배추 던져"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 반응도
/사진=크리스찬 라가힐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필리핀 출신 배우가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을 전했다.

필리핀에서 온 크리스찬 라가힐은 지난 24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아시안 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면서 "버스에서 50대 여성이 나에게 양배추를 던지며 버스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라가힐인 '오징어게임' 4회에서 '쫄려도 편먹기' 편에 276번 참가자로 등장했다. 극 중 함께 게임을 할 팀원을 찾아 나서다가 199번 참가자인 파키스탄 노동자 압둘 알리(아누팜 트리파티)에게 이슬람식 인사를 건넸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인기로 고국인 필리핀에서도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오르면서 인기를 끌면서 라가힐 역시 주목받았다. 아시안 보스에 앞서 CNN필리핀 '뉴데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크리스찬 라가힐 인스타그램
이날 아시안 보스에서 라가힐은 "난 탐험가이자 모험가이며 마케팅 컨설턴트이자 데이터 애널리스트"라며 "배우는 파트타임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또 "한국에서 여러 작품에 참여했는데, tvN '청일전자 미쓰리'가 가장 큰 캐릭터였다"며 "포스터에도 제 얼굴이 나왔다.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라가힐은 2015년부터 영어 교사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단역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청일전자 미쓰리' 외에 영화 '협상', '승리호'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라가힐은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을 묻는 말에 "마을버스에서 타고 있는데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노려봤다"며 "이후 몇 분 있다가 어떤 물건이 내 얼굴을 강타했는데, 양배추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아시안 보스' 영상 캡처
그러면서 "양배추를 맞으면서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다시 쓰려고 주웠지만 이미 깨진 상태였다"며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혼란스러웠다. '왜 나한테 던졌냐'고 물었는데, 내가 버스에 타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거 같다. 내가 한국인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상처받았던 건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라가힐은 "이후 어떻게 됐냐"는 사회자의 말에 "버스에서 내렸지만, 택시도 탈 수 없었다"며 "저는 한국말도 그때 잘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고, 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아시안 보스는 한국을 기반으로 아시아 관련 뉴스를 전하는 채널이다. 유튜브 구독자수는 327만 명으로 라가힐의 인터뷰 역시 1일 기준 25만 뷰에 육박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댓글에서는 한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에 미안함을 전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몇몇은 "한국에서 인종차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중년 여성이 양배추를 던지는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라가힐이 겪은 상황이 실제로 있었다면 인종차별보다는 정신이상자에게 당한 것"이라며 "보통의 한국 중년 여성은 아무리 외국인이 싫어도 버스에서 식사재를 던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