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웃음 뒤에 감춰진 무서운 음모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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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최고 권력층의 부패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위기를 가져다준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권력의 주변에서 기생하는 무리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서슴없이 불법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영화<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1994>에서 최고 권력자들의 선을 넘는 탐욕의 게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정의로운 주인공의 사투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권력의 암투가 무서운 얼굴로 드러내게 된다. 선의의 웃음으로 위장한 채 국민만을 생각한다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서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파렴치한 사실을 국민들은 경계해야만 한다.
[원제(Clear and present danger)는 헌법 해석학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리키는 말로, 미 대법원 판사인 올리버 웬델 홈즈 주니어가 1919년에 판례를 통해 제시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원래 의미는 국가가 개인이 갖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남미 마약조직을 미합중국 국가안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가리킨다.]

<영화 줄거리 요약>
CIA 정보 차장인 그리어 제독의 췌장암 투병으로 대신 자리를 물려받은 잭 라이언 박사(해리슨 포드 분)는 어느 날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하든 이라는 사업가가 요트에서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일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한편 대통령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비밀리에 특수 부대를 파견해 마약 조직을 섬멸하는 불법 작전을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불법적 무력 보복을 눈치챈 마약조직의 이인자 쿠바 출신의 정보통 펠릭스 코테즈(조아킴 알메이다 분)는 이 사건을 기회 삼아 자신의 보스와 경쟁 조직을 제거하고 자신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고위층과 은밀한 거래를 시도하자 라이언 박사는 이를 눈치채고 반격을 가하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권력기관의 엄청난 음모는?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가 마약조직에 살해당하자 국가 안보 보좌관 제임스 카터에게 "마약 카르텔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험을 주는 세력임"을 강조하자 카터는 단숨에 대통령의 복수 의중을 알아채고 CIA 작전 차장 밥 리터에게 마약조직에 대한 준 군사작전 실행을 지시한다. 놀라운 점은 상황 파악이 소수의 라인에만 보고되고 그 피해와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가중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12명의 특수부대(스페셜 포스 침투조)를 파견할 때 군번줄과 신분증을 모두 걷어버리고 공식적인 신분을 지워서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한다. 결국 권력자의 사적 감정으로 군사행동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불법적이고 위험한 음모이다.
B. CIA 국장 일행이 마약조직에게 몰살당하자 권력층이 내린 복수의 지시는?
미국 대통령은 콜롬비아에서 FBI 에밀 제이콥 국장을 위시한 미국 정부 관료가 마약조직의 로켓포 공격으로 대거 암살당하자 분노하여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발진 시켜 공대지 유도미사일로 멕시코 마약조직의 모임 장소를 폭격한다. 멕시코 정부와 언론은 폭격 현장을 두고 마약조직 간의 다툼으로 결론을 내리지만, 라이언 박사는 전문가에게 금속조각 등 잔해의 정밀 분석을 의뢰한 결과 민간에서는 쓰일 수 없는 셀룰로스 발사체 레이저 유도탄으로 고가의 미군의 군사 무기로 미국이 비밀 작전을 통해 마약조직에 복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C. 마약조직의 이인자와 미국 권력자 간의 무서운 뒷거래는?
FBI 국장 살해 사건을 주도한 카르텔 조직의 정보 책임자인 코테즈는 미군 전투기의 폭격임을 알아내고 이 기회에 미 권력자들과 뒷거래를 통해 자신이 조직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는 대통령 국가 안보 보좌관 제임스 카터를 만나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조건(마약조직 보스를 넘기는 대신 미 특수부대 동선의 정보를 받는 것)을 제시하고 결국 대통령에게 인정받기 위해 제임스 카터는 악마의 거래를 수락한다. 카터는 정의롭던 라이언 박사가 미 의회 모르게 불법적인 군사작전이 실행된 것을 청문회에 보고 할까 봐 마약조직을 통해 특수부대원들을 제거하여 증거를 없앨 무서운 음모를 전개한 것이다. 사실상 상부로부터 버림받은 특수부대원들은 코테즈에게 사살되거나 포로로 잡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라이언 박사는 특수부대 출신 존 클락(월렘 데포 분)과 힘을 합쳐 목숨을 걸고 현지에 침투하여 포로를 구하고 코테즈 일당을 제거한 후 구사일생으로 귀국하게 된다.
D. 의회 청문회에서 라이언이 밝히는 것은?
사실 정보기관에서 비밀 특수부대 운영 예산을 신청하기 전 국회 상임위원회는 철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CIA 정보차장은 "비 공식적인 군사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약속"을 하고 CIA 차장인 라이언 박사까지 속이고 작전 예산을 거짓으로 받아낸 것이었다. 콜롬비아 현지에서 포로를 구출하고 돌아온 라이언 박사는 대통령의 집요한 설득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국회 상원 관리 위원회에 대통령과 그 수하 정보기관장의 불법적인 군사행동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그것은 사망한 해군 제독 출신의 정보국장 그리어의 유언("잭, 자네는 선서를 한 몸이야, 미국 대통령이 아닌 그 윗사람, 미국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말이야":There is president over you, but there is higher one over president. That is the people)대로 정의감을 실천한 것이다.
E. 라이언이 추구하려고 했던 것은?
라이언 박사는 미약하지만 진실된 정의감을 통해 "그래도 우리가 지키려던 가치를 잊어버리지 않고 스스로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을 한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라고 역설한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나 저질러진 피해는 어쩔 수 없지만, 라이언 박사는 어떻게든 남은 일들을 감추지 않고 정직하게 수습하려 동분서주한다. 반대로 사악한 CIA 정보차장 리터는 대통령의 위임장을 들이대며 누구도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며 라이언을 밀어내자 "자넨 헌법을 어겼어"라고 분노한다.
F. 라이언박사의 정직한 모습은?
CIA 정보차장 리터의 이간질을 믿고 자기를 죽이려 하던 클라크 특수부대 대장을 설득하여 포로가 된 남은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적지에 혈혈단신 침투한 그에게 동료를 잃고 울분을 터뜨리는 병사에게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다."라고 사과한 후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 두목을 찾아가 이인자의 배신의 음성이 담긴 녹음기를 들려주고 같이 배후세력을 소탕하고 귀국하게 된다. 돌아온 라이언은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만 대통령은 가벼운 일로 치부한다. 그러자 라이언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로 고인들을 모독하지 마세요!"라고 준엄한 꾸짖음을 한 뒤 자기의 경력이나 출세에 해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다. 잭 라이언은 전작 영화 <패트리어트 게임, 1992>에서 보여준 개인적 차원의 액션 영웅에서, 더욱 중요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에필로그>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수호하는 타락한 권력자들은 법과 사회적 관습까지 무시하고 괴물로 변해간다. 최근 16년 동안의 총리직을 내려놓은 독일의 메르켈은 G20 정상 회담장에 경쟁 정당의 후임 총리를 참석 시켜 국제 정상 외교 무대에 데뷔시키고 자신의 인맥까지 물려줌으로써 국익은 물론 정치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이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라이언 박사와 같이 정의감과 도덕관을 잃지 않은 리더들이 불의에 굴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해 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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