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조계 우버' 벤고시닷컴, 전자서명도 접수

글로벌 종목탐구

日 최대 법률상담 사이트
전자서명 서비스로 영역 확장

매출 안늘어 주가 한때 급락
3분기 실적 회복으로 상승세

클라우드사인 비중 40% 차지
"일본판 도큐사인 자리 넘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명이서 술 한 잔씩 마시고 안주 조금 시켰다고 몇 만엔을 내라고?’

일본의 한 술집에서 계산서를 받아 든 스즈키 씨(가명)는 당황했다. 계산서에는 미리 안내받지 않은 착석요금에 연말·주말 할증요금까지 찍혀 있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던 스즈키 씨는 법률상담앱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에 의뢰했다. 스즈키 씨의 상담 신청을 받은 변호사는 즉시 술집으로 출동, 과도한 요금 청구를 막았다.벤고시닷컴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법조계 우버’라는 평가 속에 지난해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전자서명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면서 진행한 투자 때문에 적자를 내 주가가 급속한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부활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벤고시닷컴은 법조계 우버를 넘어 일본판 도큐사인 자리를 넘보며 주가가 상승 전환했다.

日 변호사 절반 가입

1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벤고시닷컴(종목번호 6027)은 전 거래일 대비 4.24% 오른 7130엔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상장한 벤고시닷컴은 6년 만에 주가가 10배 올랐다. 현재 시가총액은 1589억6800만엔이다.
벤고시닷컴은 일본에서 가장 큰 법률상담 사이트다. 로스쿨 출범 이듬해인 2005년 설립됐다. 일본에선 로스쿨 출범 이후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변호사도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벤고시닷컴은 그런 변호사들에게 홍보의 장을 마련해줬다. 변호사들이 벤고시닷컴 내 일반인이 남긴 질문에 답변을 많이 달면 자신의 랭킹이 올라 노출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유료로 결제해 프로필을 등록하면 자신이 승소한 사례나 수임료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적을 수도 있다. 현재 일본 변호사 4만3000명 중 49.5%(2만1278명)가 벤고시닷컴에 등록돼 있다. 이 중 5140명이 유료회원이다. 일반인은 월 330엔만 내면 이들이 남긴 답변을 모두 열람할 수 있다.변호사 지원 서비스와 일반 유료회원 서비스 덕에 벤고시닷컴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창립 이후 8년간 적자를 이어가던 벤고시닷컴은 2014년 첫 흑자를 내고, 2019년 말엔 8억1200만엔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750엔 수준이던 주가도 2019년 말 5750엔으로 약 660% 올랐다. 2019년 9월 말 두 서비스가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70%에 달했다.

日 도큐사인 노리며 부활

2020년 벤고시닷컴은 법조계 우버에서 일본판 도큐사인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계기는 코로나19 확산. 그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선 전자서명이 익숙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직장인들이 회사로 출근한 이유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커지자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탈(脫)도장’을 내걸고 전자서명 확산 캠페인을 벌였다. 마침 벤고시닷컴에는 2015년 출범한 전자서명 서비스 ‘클라우드사인’이 있었다. 관이 밀어주고 기업들이 따르자 벤고시닷컴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2019년 말 5750엔이던 주가는 2020년 10월 장중 1만5880엔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벤고시닷컴 주가는 급락했다. 클라우드사인에 거액의 광고비를 들였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고시닷컴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벤고시닷컴 방문자 수 증가율도 정체를 보이면서 성장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졌다. 지난 8월 장중 5500엔을 기록하며 고점 대비 주가가 3분의 1 토막 난 배경이다.그러나 벤고시닷컴은 지난달 27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8일에도 4%대 급등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분기(한국 기준) 실적 발표를 통해 클라우드사인의 순항을 확인한 덕이다. 지난 3분기 매출은 16억4200만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늘었고 영업이익은 2억3700만엔으로 2.3배 증가했다. 반기(2~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클라우드사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7%에 불과했는데 올 9월 말 기준으로는 40%로 커졌다. 다만 벤고시닷컴의 일시 적자 전환으로 증권가의 눈높이는 낮아진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7일 벤고시닷컴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는 1만3800엔에서 1만1800엔으로 낮췄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