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수당 청구권 어떻게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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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계약직 근로자가 취업 후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하면 다음 2년차에 15일의 유급 연차휴가를 주어야 한다. 계약직 근로자는 연차휴가를 얻은 후 중도 퇴사하면 미사용 연차휴가일에 대한 연차수당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근로기준법 연차휴가제도 해석상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런데 1년 계약기간을 채웠지만 갱신 없이 퇴사하는 계약직 근로자를 생각해 보자. 그 근로자는 1년 초과한 날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므로 논리적으로 휴식을 위해 연차휴가를 사용할 기회를 누릴 수 없다. 이 경우도 계약직 근로자에게 15일 연차휴가가 부여되고, 그 귀결로 퇴사시 15일 미사용 연차휴가일에 대한 연차수당 청구권이 인정될까?만약 연차수당 청구권이 인정되면, 계약직 근로자는 15일치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 (대략 1개월 급여의 반)을 연차수당으로 받는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계약직 근로자는 1년의 계약기간 동안 1개월 개근을 할 때마다 1일의 유급 휴가를 받는데, 만약 근로자가 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업도 휴가사용 촉진을 하지 않았다면, 그 미사용 휴가일에 대해서도 11일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계약직 근로자가 받는 연차휴가 수당은 최대 26일치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1년 근로시 인정되는 30일분 평균임금 상당의 퇴직금을 더하면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하는 근로자에게 퇴사에 임하여 기업이 지급할 금액은 만만치 않다.
이 문제와 관련, 기업은 지금까지 15일치 연차수당 청구권을 인정하고 수당을 지급해 왔다. 고용노동부가 명확하게 근로기준법 및 대법원 판례상 15일치 수당 지급의무가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서도 고용노동부는 (1)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발생에 재직요건이 없고, (2) 대법원 판결상 ‘연차는 1년간의 소정근로를 마치면 확정적으로 취득’하며(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48549 판결), 연차 미사용수당은 ‘1년간의 근로의 대가인 임금’인 점(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4629 판결)을 들어, “1년을 넘어 최소한 1일 이상 더 근로를 해야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고용노동부 입장을 정면 부정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 판결).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그 전에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인 연차휴가 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총 26일 연차휴가를 부여하면 총 연차휴가일수를 25일로 한정하는 근로기준법 문언 해석 범위를 넘는 점, 장기근속 근로자보다 1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연차휴가 제도의 목적, 즉, 일정기간 출근한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유급으로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목적상,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2년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한다. 판결문에서는 “1년을 넘어 최소한 1일 이상 더 근로를 해야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고용노동부 보도설명자료상 나오듯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지당하다는 대법원 입장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대법원 판결은 판결 직후부터 노동계에 논쟁을 촉발하였고 과연 정당한 법 해석인지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차휴가 본질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행 법 해석으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물론, 고용노동부 입장에 나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발생에 재직요건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인용한 종래 대법원 판결도 재직요건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적 논의를 떠나 1년만 근로한 경우와 1일 더 근로한 경우 반달치 월급에 상당하는 액수의 지급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고용노동부가 현재의 입장을 취한 것에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결과적으로 지급할 필요 없는 연차수당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에는 이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연차휴가 제도는 근로자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사회적, 문화적 시민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본래적 의미에서의 ‘여가’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19 결정). 따라서 연차수당 청구권은 휴식 보장을 위한 연차휴가 사용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성립함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로 보아야 한다. 1년 근로를 마치는 순간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동시에 인정되고 택일하여 행사하는 권리가 아닌 것이다. 법문이나 대법원 판결은 재직요건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런 본질을 고려할 때 재직요건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전제하거나, 명시할 필요가 없어 생략했다고 이해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입장은 근본적으로 이 점을 놓친 것이다.1년 근로한 경우와 그보다 1일 더 근로한 경우의 반 달치 월급 지급 차이는 굳이 연차휴가 본질까지 가지 않아도 권리 발생에 시간적 요건을 두는 이상 부득이 생기는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예컨대, 퇴직금은 1년이 되기 전 하루 퇴사하면 지급되지 않고, 지급일 재직요건이 있는 상여금은 지급일 직전 일 퇴사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물론, 위 예에서 근로자가 해당 금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했고, 기업은 지급을 면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등 사정이 있다면 기업의 지급의무가 인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있어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예외이다. 원칙 흠결을 보완하는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서 원칙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거센 찬반 논란 속에 고용노동부는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이번 판결상 논리와 표현은 자명하고, 다른 해석은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용노동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 계약직 근로자는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하는 경우 별도 당사자간 약정 내지 규정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5일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단,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기업이 과거에 결과적으로 과다 지급한 연차휴가 수당을 반환 받을 수 있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지급 당시 제반 규정, 노사 관행, 기업과 근로자 인식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업은 설령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인사 정책상 바람직한지도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그런데 1년 계약기간을 채웠지만 갱신 없이 퇴사하는 계약직 근로자를 생각해 보자. 그 근로자는 1년 초과한 날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므로 논리적으로 휴식을 위해 연차휴가를 사용할 기회를 누릴 수 없다. 이 경우도 계약직 근로자에게 15일 연차휴가가 부여되고, 그 귀결로 퇴사시 15일 미사용 연차휴가일에 대한 연차수당 청구권이 인정될까?만약 연차수당 청구권이 인정되면, 계약직 근로자는 15일치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 (대략 1개월 급여의 반)을 연차수당으로 받는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계약직 근로자는 1년의 계약기간 동안 1개월 개근을 할 때마다 1일의 유급 휴가를 받는데, 만약 근로자가 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업도 휴가사용 촉진을 하지 않았다면, 그 미사용 휴가일에 대해서도 11일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계약직 근로자가 받는 연차휴가 수당은 최대 26일치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1년 근로시 인정되는 30일분 평균임금 상당의 퇴직금을 더하면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하는 근로자에게 퇴사에 임하여 기업이 지급할 금액은 만만치 않다.
이 문제와 관련, 기업은 지금까지 15일치 연차수당 청구권을 인정하고 수당을 지급해 왔다. 고용노동부가 명확하게 근로기준법 및 대법원 판례상 15일치 수당 지급의무가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서도 고용노동부는 (1)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발생에 재직요건이 없고, (2) 대법원 판결상 ‘연차는 1년간의 소정근로를 마치면 확정적으로 취득’하며(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48549 판결), 연차 미사용수당은 ‘1년간의 근로의 대가인 임금’인 점(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4629 판결)을 들어, “1년을 넘어 최소한 1일 이상 더 근로를 해야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고용노동부 입장을 정면 부정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 판결).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그 전에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인 연차휴가 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총 26일 연차휴가를 부여하면 총 연차휴가일수를 25일로 한정하는 근로기준법 문언 해석 범위를 넘는 점, 장기근속 근로자보다 1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연차휴가 제도의 목적, 즉, 일정기간 출근한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유급으로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목적상,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2년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한다. 판결문에서는 “1년을 넘어 최소한 1일 이상 더 근로를 해야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고용노동부 보도설명자료상 나오듯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지당하다는 대법원 입장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대법원 판결은 판결 직후부터 노동계에 논쟁을 촉발하였고 과연 정당한 법 해석인지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차휴가 본질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행 법 해석으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물론, 고용노동부 입장에 나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발생에 재직요건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인용한 종래 대법원 판결도 재직요건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적 논의를 떠나 1년만 근로한 경우와 1일 더 근로한 경우 반달치 월급에 상당하는 액수의 지급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고용노동부가 현재의 입장을 취한 것에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결과적으로 지급할 필요 없는 연차수당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에는 이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연차휴가 제도는 근로자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사회적, 문화적 시민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본래적 의미에서의 ‘여가’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19 결정). 따라서 연차수당 청구권은 휴식 보장을 위한 연차휴가 사용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성립함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로 보아야 한다. 1년 근로를 마치는 순간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동시에 인정되고 택일하여 행사하는 권리가 아닌 것이다. 법문이나 대법원 판결은 재직요건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런 본질을 고려할 때 재직요건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전제하거나, 명시할 필요가 없어 생략했다고 이해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입장은 근본적으로 이 점을 놓친 것이다.1년 근로한 경우와 그보다 1일 더 근로한 경우의 반 달치 월급 지급 차이는 굳이 연차휴가 본질까지 가지 않아도 권리 발생에 시간적 요건을 두는 이상 부득이 생기는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예컨대, 퇴직금은 1년이 되기 전 하루 퇴사하면 지급되지 않고, 지급일 재직요건이 있는 상여금은 지급일 직전 일 퇴사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물론, 위 예에서 근로자가 해당 금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했고, 기업은 지급을 면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등 사정이 있다면 기업의 지급의무가 인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있어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예외이다. 원칙 흠결을 보완하는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서 원칙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거센 찬반 논란 속에 고용노동부는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이번 판결상 논리와 표현은 자명하고, 다른 해석은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용노동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 계약직 근로자는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하는 경우 별도 당사자간 약정 내지 규정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5일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단,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기업이 과거에 결과적으로 과다 지급한 연차휴가 수당을 반환 받을 수 있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지급 당시 제반 규정, 노사 관행, 기업과 근로자 인식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업은 설령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인사 정책상 바람직한지도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