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호주, 탄소감축 눈치 보는데…한국만 쫓기듯 목표 상향

中, GDP 연동된 목표 제시
실제로는 탄소 배출 늘어날 듯
인도는 아예 목표 제출 안해

전문가 "선진국 따라가다 과속
韓 제조업 경쟁력 떨어질 것"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나란히 서 있다. 연합뉴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주요 의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논의한 사항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별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바로 글래스고로 이동했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 의무로 부여된 2030 NDC 목표 설정이 흔들리고 있다. 신흥국들이 동참하지 않고 있어서다. 당장 인도는 목표 자체 제출을 거부했다. 중국도 제대로 된 목표를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COP26이 당초 계획과 달리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반쪽’ 2030 목표 제출

문 대통령은 글래스고에서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다. 2030년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엔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한국의 목표가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임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대로 된 2030년 목표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COP26 개막을 사흘 앞두고 새로운 NDC안을 제출했다. 중국의 새로운 NDC는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30년에 65%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60~65%보다는 약간 높아졌다. 하지만 GDP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감축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으로 하겠다는 목표여서 앞으로 9년간 더 늘릴 것임을 예고했다. 국제 사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COP26에 참석하지 않는 것 자체로 COP26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인도는 2030 NDC 자체를 제출하지 않았다. 중국은 그나마 탄소중립 시기를 2060년으로 내세웠지만 인도는 그것조차 발표를 거부하고 있다. 인도는 선진국이 이미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난 뒤 이제 개발 단계에 들어선 신흥국에도 의무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선진국 신흥국 사이에 낀 한국의 과속

러시아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30% 감축해 7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러시아는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의 NDC를 처음 제출한 이래 상향된 수치는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감시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은 러시아의 NDC에 대해 “러시아는 현재 실행 중인 정책을 통해 30% 감축 목표를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강력한 2030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AT는 러시아의 기후 행동 의지에 대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브라질은 2005년 대비 43%, 호주는 2005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NDC안을 각각 제출했다. 브라질은 2020년 제출한 NDC를 상향하지 않고 있다. 호주는 기존에 제시한 30~35% 감축 목표에서 크게 진전되지 않은 ‘35% 이상’을 지난달 28일 새로 제출했다.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2030 NDC를 상향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윤순진 민간위원장은 “탄소중립 달성 시점에 있어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더 빠른 목표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30년 NDC를 지난해 26.3%에서 이번에 40%로 대폭 높였다. 일각에선 한국이 선진국을 모방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이 한국을 압박한 결과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융합과학대학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달 22일 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서둘러서 석유산업의 탄소중립을 추진하면 우리의 생산 감소분을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우리 제품이 주로 수출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는 여전히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다”며 “소비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당분간 이들은 우리 제품을 수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