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열정 DNA로 새로운 롯데 만들자"

창업주 탄생 100주년 맞아
월드타워에 '신격호 기념관'
회고록 출간 등 다양한 기념 행사
신동빈 "사회 기여가 롯데의 정신"
롯데그룹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신격호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흉상을 설치하고 기념관을 열었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과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여섯 번째)이 롯데 계열사 대표 및 김영원 조각가(네 번째)와 흉상 제막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가는 길에 창업주가 몸소 실천한 도전과 열정의 DNA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 자산을 바탕으로 새롭고 진취적인 롯데를 이뤄나가는 데 힘을 모아주십시오.”

3일 상전(象殿)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롯데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맨손으로 일본에 건너가 한·일 양국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신 창업주의 도전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탄생 100주기를 맞은 롯데그룹의 의지도 남다르다.

“신격호 정신으로 새로운 롯데 만들자”

신 창업주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전 신격호 기념관’ 개관식에서 “창업주의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기면서 모두의 의지를 모아 미래의 롯데를 만들어나가자”고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신 회장은 “창업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이곳에서 유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에 대해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는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 만들어가야 할 사명이 있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창업주의 ‘기업보국’ 정신을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그는 “창업주는 대한민국이 부강해지고 우리 국민이 잘살아야 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사회와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을 이루고자 노력했다”며 “더 많은 소비자에게 꿈과 희망과 행복을 주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은 롯데월드타워 5층에 약 680㎡ 규모로 마련됐다. 기념관에 재현한 신 창업주 집무실에는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뜻의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문구와 한국 농촌 풍경이 담긴 그림이 걸렸다. 울산 울주군 삼동면 출신인 신 창업주는 일본 집무실에도 농촌 그림을 걸어놓고 항상 고향을 그리워했다.1976~1977년 롯데의 후원을 받은 전 WBA 복싱 챔피언 홍수환 씨는 “도쿄에서 일본의 가사하라 유우라 선수를 이기자 일본 임직원을 모두 사무실에 불러 내 주먹을 보여주며 ‘이 작은 손으로 일본을 이겼다’고 자랑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공장 점퍼 차림이었고, 집무실에 소가 논을 일구는 한국 민속화가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신격호 회고록 3일 공식 출간

신 창업주의 회고록인《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도 3일 공식 출간된다. 회고록에는 그가 고향의 양치기로 일하던 어린 시절, 일본에서의 롯데 창업기와 공격적인 사업 확장기, 고국에서의 대규모 투자 스토리, 평생의 숙원이던 롯데월드타워 건립 뒷이야기 등이 담겼다. 신 회장은 회고록 헌정사에 “아버지의 가장 큰 가르침은 기업은 국민에게 짐이 돼서는 안 되며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평생 조국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 그 간절함은 롯데의 기업정신이 돼 지금도 임직원 모두에게 계승되고 있다”고 썼다.

롯데그룹은 이날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기념음악회에서 다양한 헌정 인터뷰 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 신 창업주의 후원을 받은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의 형 조상연 7단은 인터뷰에서 신 창업주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조치훈 9단이 일본에서 명인 타이틀을 획득한 뒤 한국 정부가 주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으러 올 때 신 창업주가 일등석 비행기표를 끊어 주며 한국까지 동행했다”며 “한국에 도착해서는 ‘내가 데려왔다’고 인터뷰라도 할 법한데 말없이 가버리셨다”고 회고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