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여러 색채들의 차분한 조화…유영국 '설산'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산을 덮은 흰 눈 사이로 겨울 나무의 비취색이 은은한 빛을 발한다.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과 설산의 흰빛, 다양한 명도의 초록색, 남색과 노란색 등 여러 색채가 차분한 조화를 이룬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 화백(1916~2002)이 1973년에 그린 ‘설산’이다.

유 화백은 젊은 시절 “내 그림은 살아생전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자연을 선과 면으로 단순화해 아름다움의 원형(原形)을 표현한 그의 추상화가 당시 수집가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난해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환갑이 되기 전까지 작품 한 점 팔지 못했다. 그나마 말년에 들어 이병철 삼성 회장을 비롯한 몇몇 컬렉터가 진가를 알아본 덕에 살림살이가 나아졌다.유 화백이 작고한 지 20년이 돼가는 지금, 그의 그림은 평단과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작품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이 일반에 공개되면서다. 지난달 27일 케이옥션의 경매에 출품된 ‘설산’은 시작가(1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2억7500만원에 낙찰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