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인에서 일하는 김대리, 체불임금 본사에 청구했다는데...

해외 현지법인에서 일하게 된 근로자가 한국 본사 법인과 근로계약을 명확하게 종료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본사 소속 직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지 법인에서 밀린 임금을 한국 본사 법인에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는 지난 10월 14일 A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STX중공업에서 근무하던 원고 근로자 5명은 STX그룹이 중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서 근무하게 됐다. 그런데 근무기간 동안 현지법인으로부터 임금, (중간)퇴직금, 상여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이들은 STX중공업(회사)에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원고 근로자들은 이미 현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다"며 A 등이 현지법인 소속이므로 STX가 밀린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심 부산고등법원 창원지법은 STX중공업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현지법원으로 전직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근로자들이 중국현지법인으로 인사이동하면서 STX중공업으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점 △취업비자를 발급 받는 등 현지법인 취업 절차를 밝고 연봉계약을 체결한 점 △현지법인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한 점 △STX중공업으로의 복귀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는 점 △전직에는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데, STX로 부터 퇴직금을 수령하고 중국취업비자를 발급 받은 것은 법인을 옮기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원고들은 "STX중공업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도 강변했지만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근로계약 합의해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어 "설령 전적이 아니고 STX중공업과의 계약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해도,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는 동안엔 근로제공을 중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법인에 근로를 제공한 게 아니므로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은 중국법인으로 이동하면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면접 등 현지법인 채용절차를 밟은 적이 없고 △현지법인 근무기간 중 작성한 연봉계약서엔 한국 원소속사가 STX중공업으로 돼 있는 점 △ STX중공업 근로자 상당수가 중국 현지법인 근무 이후 복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고등법원 판단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중국취업비자를 받고 현지법인과 연봉계약을 체결했다던지, 현지법인 지휘감독을 받거나 한국법인 복귀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본사와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결국 원고들은 STX중공업과의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중국현지법인에서 근무했고, STX중공업도 근로자들이 중국 법인에서 제공한 근로에 대해 임금지급 책임을 부담한다"고 꼬집었다.

해외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도 결국 한국 본사법인과 맺은 근로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