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사 3일만에 뇌출혈 사망도 산재"
입력
수정
공단 "근로자 기저질환 있고 업무시간도 길지 않아" 불승인입사 3일만에 근로자가 '뇌출혈'로 사망했어도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근로자를 넓게 보호하려는 취지에 골몰하다 사업주가 억울하게 중대재해처벌 등의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야외 작업장이라 '한랭노출' 가능성...
입사 3일만에 작업 실수 저질러 스트레스 받았을 것"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장낙원)는 지난달 16일 근로자 A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망 당시 58세였던 A는 2018년 1월 8일 경남에 위치한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에 취직했다. 그런데 입사 3일만인 11일 동료에게 "몸상태가 좋지 않아 퇴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작업장에서 나가다 돌연 쓰러졌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뇌내출혈 진단을 받아 며칠 후 사망했다. A는 비흡연자에 음주는 주1회 정도 즐기는 수준이었지만,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근거로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질판위는 "발병 직전 3일간 A의 업무시간은 31시간에 불과했다"며 "기저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유족 측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A가 유해한 작업환경인 '한랭노출'로 사망했을 수 있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무 당시 경남의 기온은 상당히 낮았고, 천장이 개방된 사업장인데다 바닷가에 위치해 체감 온도가 낮았을 것"이라며 "2017년 8월부터 실직자였다가 취직한 A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업무 환경에 갑자기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A가 전날 수행한 작업에서 불량이 난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업장 측에서 A를 질책하지는 않았겠지만, A는 수개월간 실직 상태에 있다가 취직했고 용접업무 경력자임에도 입사 3일만에 실책을 범해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A의 기저질환에 대해서도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고 비흡연자인 점을 고려하면 A가 갖고 있던 고혈압만이 사망의 유일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뇌출혈은 과로나 업무상 스트레스로가 있지 않는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데, 입사 3일차 직원에게 이를 인정한 것은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