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멜트업' 테슬라가 끌어올린 나스닥, Fed가 유동성 거둔다면?

미 중앙은행(Fed)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막을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10월의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기업들이 발표하는 3분기 실적이 꾸준히 월가 예상을 웃돌고 있고, 테슬라 주식이 폭등세를 이어가자 분위기가 괜찮았습니다. 테슬라는 이날 무려 8.49% 올라 1208.59달러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9거래일 중 8일간 급등세를 지속해왔죠. 이날 시가총액이 무려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주가가 1671달러까지 오르면 시총에서 아마존을 제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나스닥은 0.63%나 올랐습니다. 알파벳이 3% 넘게 내리고 아마존이 1.61% 급락하는 등 빅테크가 모두 내리면서 정보통신, 커뮤니케이션 업종이 모두 약세를 보였지만 테슬라가 끌고 올라간 겁니다. 나스닥은 100포인트 올랐는데, 이중 80포인트가 테슬라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0.17%, 다우 지수는 0.26% 상승했습니다.테슬라에 대한 엇갈리는 관점은 월가의 뜨거운 이슈입니다.
테슬라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강세론자들은 △3분기에 보여준 이익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주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전기차 수요가 불이 붙었다 △고유가는 전기차 확대를 부채질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확대에 뛰어들었다 △루시드가 차량 인도를 시작하고, 리비안이 상장에 나서면서 전기차 모멘텀은 이어질 것이다 등을 주장합니다. 또 마이클 버리를 끝으로 더는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씨가 말랐습니다. 월가의 투자자인 앤써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설립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내가 공매도 투자자라면 테슬라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약세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개인들의 테슬라 주식 콜옵션 대량 매수로 인해 감마스퀴즈가 발생해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0월 25일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1200달러로 높였던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고객 메모에서 페라리를 "가장 좋아하는 전기 자동차 주식"이라고 지목했습니다. 6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은 페라리의 전기차 사업 가치를 거의 또는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제프 웨니그너 위즈덤트리의 주식전략가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주당 매출비율(PSR)이 10배 이상에 달한 주식이 29개였는데, 지금은 84개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도 PSR이 10배가 넘는 주식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꿈을 충족시킬 수준으로 좋았고 허츠의 10만대 매입 발표도 테슬라 성공 이야기에 힘을 실어줬다. 행사가 2000달러 콜옵션 매수가 급증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테슬라 주가가 시중 유동성 증가와 함께 올라온 점을 고려할 때 유동성이 꺾어지면 현실을 되찾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은 이제 조금씩 걷혀가는 추세입니다. 이번 주 Fed뿐 아니라 2일 호주중앙은행, 4일 영국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호주중앙은행은 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을 포기할 판이고, 영국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의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의 2년물 금리도 0.5%까지 급하게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오는 3일 오후 2시 발표될 11월 FOMC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날 금리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0년물은 지난 주말과 같은 연 1.56%, 2년물은 0.5% 수준에서 소폭 등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2년물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막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줄어들 뿐 아니라 통상 경기가 둔화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강해지면 지금처럼 채권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가 발생합니다. 이는 금융시장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 있죠.
하지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채권 수익률 곡선과 관계없이 경기는 멀쩡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의 견고한 회복을 보고 있으며 실업률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라며 채권 시장 움직임은 경기와 관계가 없다고 밝힌 겁니다. JP모간도 이날 "우리는 4분기 경기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투자자들은 수익률 곡선의 기술적 움직임을 넘기고 경기민감주를 사야한다. 우리는 채권 수익률 곡선 움직임은 기술적이며, 바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주식과 (장기) 금리,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이날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를 연율 8.8%로 관측했습니다. 물론 추정치는 시간이 흐르면 내려갈 수 있지만 3분기 성장률이 2.0%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인상적입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보수적인 뱅크오브아메리카도 4분기 6% 성장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은 경제 성장이 추세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 Fed 움직임과 관련해 금리가 상승해도 대부분은 버텨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옐런 장관의 주장대로 미국 경기가 꾸준히 회복된다면 기업 실적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167개의 S&P500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보고합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실적은 좋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S&P500 기업이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82%가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공개했고, 이런 추세라면 이익은 전년 대비 36% 증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UBS는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으로 3분기 실적에 대한 상당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실제 미국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실적은 S&P500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매출 성장, 36% 이익 성장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슈는 3분기가 아닙니다. 4분기부터가 문제지요.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10월 한 달 동안 S&P500 기업들의 4분기 이익 추정치를 0.9% 상향 조정했습니다. 해당 분기가 시작되면 첫 달에 이익 추정치를 낮추는 게 통상적인데, 이번 4분기에는 첫 달인 10월에 더 높아진 것입니다. 지난 5년간 분기 첫 달에 EPS 추정치는 통상 1.4% 감소했고, 지난 10년간을 따지면 2% 줄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이 본격화된 작년 3분기부터는 분기 첫 달의 EPS 추정치는 이번 분기까지 6분기째 계속 높아져 왔고, 상향 폭으로 따지만 이번 4분기가 가장 적습니다. 지난 2분기 첫 달(4월)에는 4.6%나 상향됐고, 3분기(7월)에도 3.5% 높아졌었습니다. 기업 이익은 증가하지만 정점은 지났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혼란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8로 집계되어 전달인 61.1보다 낮아졌지만, 월가 예상(60.3)보다는 좋았습니다. 특히 월가는 세부 지수중 배송 지수를 주목했습니다. 이 지수는 75.6으로 2.2%포인트가 더 높아져 뭔가 주문하면 배송되는 시간이 9월보다 더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가격 지수는 전월 81.2에서 85.7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이 아직 풀리고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CNBC는 S&P500 지수의 과거 수익률을 3개월씩 끊어보면 11~1월의 수익률이 4.3%로 가장 좋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장 나쁜 8~10월(-0.2%)를 지나 굉장히 좋은 시즌에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볼 때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이익도, 경기 회복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걸 반드시 유념해야한다. 막대한 유동성으로 금융시장을 지원하던 Fed가 긴축으로 돌아선 뒤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많이 오른 주식부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