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신흥국에 있다…'고수익 펀드'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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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펀드 수익률, 국내 주식형 4.7% vs 러시아 38.7%4.77% 대(對) 38.71%. 각각 올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대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다. 코스피지수 3000선, 코스닥지수 1000선조차 위태로운 국내 증시와 달리 에너지 가격 폭등에 올라탄 러시아 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베트남·인도 펀드도 올초 이후 수익률이 약 40%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밸류에이션 부담, 천연가스 가격 변동,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으로 오름세를 일부 반납하기도 했다. 그간의 성과를 점검해볼 때다. 올 들어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신흥국 펀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러시아 펀드 올초 이후 수익률 38%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6.74%로 베트남(5.64%), 인도(-0.36%) 등을 따돌렸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2.28%를 한참 웃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한 달간 2.28%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러시아 주가지수인 RTS는 올초 1424.84포인트 수준이었는데 지난달 중순 1900선을 뚫었다. 최근 소폭 조정을 겪었지만 1800포인트를 웃돈다. 천연가스, 원유,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러시아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에 있는 로스네프트, 가스프롬 등 에너지 기업 주가가 뛰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올초 이후 수익률로 따져보면 인도가 48.04%로 베트남(40.13%), 러시아(38.71%)를 앞선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인도 증시는 고평가 우려 등으로 조정을 겪고 있다.
최근 한 달 수익률 높은 펀드는
러시아 펀드 중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러시아인덱스펀드’다. 2008년 5월 20일 설정된 이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8.17%, 연초 이후 수익률은 37.08%에 달한다. 주요 보유 종목(9월 말 기준)은 로스네프트, 가스프롬, 루크오일 등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이다.뒤이어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러시아펀드’ ‘신한더드림러시아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각각 7.84%, 7.67%로 집계됐다.설정액이 가장 큰 러시아 펀드는 한화자산운용의 ‘한화러시아펀드’로, 지난달 말 기준 설정액이 646억원이다. 한 달 수익률은 7.12%, 올초 이후 수익률은 33.43%를 기록했다.
베트남 펀드 중 수익률이 제일 우수한 건 상장지수펀드(ETF)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ETF’는 기초지수(블룸버그 VN30 선물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목표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베트남 증시 활황에 올라타 올초 이후 수익률이 80.29%에 달한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2.52%다.단 최근 한 달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꾸준히 수익을 내온 것은 아니다. 인도 펀드 중 최근 한 달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교보악사파워브릭스’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90%에 불과해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펀드’(63.92%) 등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신흥국 증시 간 차별화에 주의”
그렇다면 지금 신흥국 펀드에 투자를 시작해도 되는 걸까.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달 초 내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리포트를 내면서 신흥국 간 차별화 흐름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민감도, 이익 우위, 밸류에이션, 신용 위험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중국, 러시아’가 ‘일본, 베트남,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특히 러시아 증시는 당분간 천연가스 소비 확대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당장 올겨울에 접어들면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가고 있는데 재생에너지는 수급 불균형이 심해 천연가스가 당분간 교두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단순히 선진국 대 신흥국으로 크게 나눠 보면 선진국의 우위가 점쳐진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올 2분기 이후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부담,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인해 신흥국 대비 선진국 증시의 성과가 양호했다”며 “2022년에도 경기, 이익, 통화정책 기조 모두에서 선진국 증시 우위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신흥국은 선진국과 달리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