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계 곳곳 분산한 공급망, 위기에 빛났다…3분기 사상 최대 매출

삼성전자는 공급망 관리 역량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기업으로 꼽힌다. 직원들이 에어컨을 트럭에 싣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73조9800억원의 매출과 15조8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공개한 3분기 잠정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98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 늘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창이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많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배경으로 공급망 관리 역량을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역량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공급망 역량이 성패 갈라

삼성전자는 공급망 관리 역량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기업으로 꼽힌다. 상황에 따라 거래처와 물류망을 유연하게 바꾸는 방법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해 왔다.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세계 곳곳으로 분산한 것이 삼성전자의 특징이다. 특정 권역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권역에서 부품과 소재를 조달한다. 특정 생산기지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권역 생산기지 물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수요에 대응한다.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와 올해 빛을 발했다. 공급망 곳곳에 구멍이 생겼음에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펜트업 소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몰건을 팔지 못한 경쟁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삼성전자를 코로나19 시대의 승자로 꼽는 이유다.

지난 3분기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불안에 물류난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시장의 예측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덩치가 큰 제품을 맡고 있는 CE(소비자가전) 부문의 물류비가 소폭 증가했지만 전체 사업엔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CE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7600억원에 달했다.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이 목표

삼성전자는 공급망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사로 선정되면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조언받고 돌발 리스크 관리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 시대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생태계에 포함된 협력업체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삼성전자는 구매통합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공급망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공급망 관리를 위한 전담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사업 연속성과 관련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기관과 연계해 재해 정보를 입수하고, 공급망 영향도를 자동으로 분석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팬데믹, 무역분쟁, 수출규제 등과 같이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인 ‘N-ERP’를 구축해 올해 상반기부터 주요 법인에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등장과 융복합화 등 미래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ERP 솔루션 패키지를 기반으로 30개월간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N-ERP를 이용하면 온라인 판매 확대에 따른 대량의 소비자 주문 현황과 전체 공급망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동남·서남아시아, 중국 법인에 우선 적용했으며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법인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공급망 업무와 관련한 프로세스 효율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사내와 외부 시스템 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협력사와의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머신러닝,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OCR, 채팅을 통해 업무 처리를 돕는 챗봇 등 프로세스 자동화 플랫폼도 구축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급망 전체가 하나의 기업,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공급망에 속한 업체들이 핵심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업무 플랫폼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