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노무현처럼"…前 대통령 자꾸 소환하는 여야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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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전 장관은 3일 MBC 라디오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해 "젊은 정치를 하는 게 좋지, 그 시대에 맞지 않게 차베스에 비교하며 이념 프레임을 걸고자 하는 건 매우 낡은 구태정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박정희' 발언을 겨냥해 "차베스 같이 살아온 사람이, 선거가 다가오니 간판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걸어놓고 태연하게 말한다"고 비판한 걸 맞받은 것이다. 양두구육은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이 후보를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빗댄 것은 중도보수층 공략을 위해 의도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공헌 이미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건 야당 후보들이 더 적극적이다. 국민의힘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국립현충원을 찾았다가 "저주 굿판 벌이려 왔느냐"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박정희 생가를 방문했을 때 지지자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으며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적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전날 대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일각에선 여야 대선후보들이 자신의 정책 경쟁력이나 능력보다 전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방식의 '표심 호소'를 선택하면서 국민들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봉하마을을 찾은 자리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권 여사가) 젊었을 때 남편(노무현 전 대통령)을 많이 닮았다고 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언급해 정치권에서 뭇매를 맞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