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R&D 기반 친환경 사업모델 집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SK 제공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 등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SK그룹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친환경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등 미래를 대비한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반도체·탄소중립 R&D 박차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사양 D램인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HBM D램 중 최고 속도, 최대 용량을 구현하고 품질 수준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HBM3는 초당 819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HBM2E와 비교하면 약 78% 빨라졌다.앞으로 HBM3는 고성능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며, 인공지능(AI)의 완성도를 높이는 머신러닝과 기후변화 해석, 신약 개발 등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차선용 부사장은 “앞으로도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부합하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E&P) 사업 자회사인 SK어스온은 E&P에서 탄소저장 사업까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명성 사장은 “E&P 사업은 탄소 배출에 대한 이슈가 큰 사업이지만, 역설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와 인프라가 완비되기 전까지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이 때문에 석유 및 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석유, 가스 생산에 다시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SK어스온은 올 5월부터 정부 주도 국책 과제인 서해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 발굴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또 SK에너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동해에서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추가로 발굴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올 3분기 실적 신기록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2018년 4분기 이후 2년 반 만에 4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1조053억원, 영업이익 4조1718억원(영업이익률 35%), 순이익 3조3153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서버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제품 가격이 상승한 것이 호실적을 이끈 주요인이다.

또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단 4D 낸드 등 주력 제품의 수율을 높이고 생산 비중을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개선하면서 4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동안 적자 행진이던 낸드 사업도 흑자로 돌아섰다. 노종원 부사장(CFO)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앞으로도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 마무리되면 흑자 전환한 낸드 사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노 부사장은 “인수 이후 SK하이닉스는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상호 보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규모의 경제도 갖추겠다”며 “이와 함께 R&D 기반을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