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원 '카카오 핀테크 형제'…금융 빅4와 어깨 나란히

카카오페이, 성공적 증시 데뷔

페이, 상장날 단숨에 시총 25조
'금융지주 1위' KB 뛰어넘어
코스피200 편입 전망 호재 속
고평가 논란·규제 리스크도

카카오그룹, 시총 100조 돌파
삼성·SK·LG·현대차 이어 5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3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왼쪽 여섯 번째)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다섯 번째) 등 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카카오페이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김병언 기자
카카오의 ‘핀테크 형제들’이 또 한번 일을 냈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카카오페이가 석 달 전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괴력’을 발휘했다. 상장 첫날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은 25조1609억원. ‘리딩 뱅크’ KB금융(23조358억원)을 2조원 이상 웃돌았고, 유가증권시장 보통주 중 13위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 114.44%

카카오페이는 이날 공모가(9만원)의 두 배에 시초가(18만원)를 형성한 다음 7.22% 더 오른 19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상한가를 찍지 못해 ‘따상’에는 실패했다. 다만 첫날 성적표는 ‘금융산업을 바꾸는 핀테크’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28조2210억원)까지 더하면 두 카카오 금융사의 몸값만 53조원에 달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한 차례 낮추고 상장 일정을 미루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국내 최초 간편결제를 시작으로 출발한 핀테크업체다.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는 3650만 명, 월간 이용자 수(MAU)는 2000만 명이다.

카카오는 ‘뱅크’와 ‘페이’를 양대 축으로 예금, 대출, 카드, 보험, 결제, 투자상품 등을 아우르는 금융그룹 체제를 갖추고 있다. 카카오 금융의 경쟁력은 역시 ‘플랫폼’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시총은 6조3500억원,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는 11조6100억원이다. 두 회사의 가치를 합해도 18조원 수준. 카카오페이가 결제와 송금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대부분이 플랫폼의 확장성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특히 별도 앱을 깔아야 하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카톡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페이 서비스가 많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을 눌러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송금과 간편결제, 자산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카뱅 vs 카페, 어디가 더 클까

내년 초 카카오페이증권의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이 출시되면 카카오톡 후광은 더욱 커지게 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MTS를 투 트랙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에서 개인을 겨냥한 간편한 주식매매 서비스를, 카카오페이 앱에는 추가 기능을 갖춘 MTS를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페이보험은 한동안 미니보험, 단기보험 등을 위주로 영업하되 달러보험, 연금보험 등 수익성이 좋은 상품으로 판매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핀테크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사이의 미묘한 경쟁 구도에 주목하기도 한다. 다만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페이의 결제·고객행동 데이터와 뱅크의 여·수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유의 대안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라며 “뱅크와 페이는 직접 경쟁 관계라기보다 카카오의 ‘금융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양대 축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카카오페이는 미래 성장성과 코스피200 특례편입 가능성 등이 주가에 호재로 꼽히지만 ‘고평가 논란’과 ‘규제 리스크’는 넘어야 할 숙제다. 카드 가맹점에서 받는 간편결제 수수료, 다른 금융회사 상품을 팔아주고 받는 중개수수료 등은 당국 방침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페이 상장’에 힘입어 카카오 계열 상장사들의 시총 합은 이날 100조원을 돌파(116조9761억원)했다. 삼성, SK, LG,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업집단 합산 시총 5위에 해당한다.

임현우/박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