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지만 주거래銀 맡겠다"…자원순환센터 입찰 '뜻밖 흥행'

'ESG 열풍'에 4대銀 모두 참여
플라스틱컵 보증금 관리 역할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민간 4대 은행이 지난 6월 문을 연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자원센터) 주거래은행 입찰에 나란히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보탬이 될 것이란 판단하에 ‘은행 빅4’가 일제히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원센터는 내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카페 등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컵을 줄이는 게 이 기관의 역할이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컵은 연간 22억 개에 달하지만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내년 6월부터는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음료값 외에 300원(미정)가량의 보증금을 더 내야 한다. 보증금은 컵을 반납하면 돌려준다.이 과정을 전담할 자원센터 주거래은행 입찰에는 4대 은행을 포함해 7~8개 시중은행이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신한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월 28일 업무협약을 맺었다. 자원센터는 입찰에 참여한 은행에 플라스틱 일회용컵 보증금 회수제도를 구현할 센터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돕고, 소비자용 보증금 반환 전용 앱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일반 공공기관보다 자금관리는 더 까다로워 보이고, 보증금 회수로 입금될 액수도 최대 ‘300원(미정)×22억 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돈 안 되는 계약’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입찰이 흥행한 건 금융권에 불어닥친 ESG 열풍 때문이다. ‘ESG 경영에 적극적인 은행’이란 이미지를 위해 자원센터에 손을 내밀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진옥동 행장이 “환경보존과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전 국민이 동참하는 의미있는 사업”이라며 입찰에 참여한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보증금 제도를 은행 마케팅에 활용하기로 했다. 모바일 앱 ‘신한쏠’에 일회용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