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텃밭' 버지니아 뺏긴 바이든…내년 중간선거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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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평가' 주지사 선거서 패배미국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의 글렌 영킨 후보(54)가 민주당의 테리 매콜리프 후보(64)를 누르고 당선됐다. 버지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를 지지했던 미국의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바이든-트럼프 대리전'
'트럼프 지지' 정치신인 영킨 승리
공화당 후보 12년 만에 당선
작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압승
아프간 철군·코로나 재확산에
실정 부각되며 지지율 급락
백인 부동층 집중 공략
미 CNN방송,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킨 후보는 2일(현지시간)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매콜리프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CNN은 개표가 98% 이뤄진 상황에서 영킨 후보가 50.9%의 득표율로 매콜리프(48.4%)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고 전했다.영킨 후보는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는 정치 신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콜리프 후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과 친분이 있는 정치인으로 2014~2018년 버지니아주지사를 지냈다.
미 언론은 민주당의 패배 원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혼란스러운 미군 철수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인프라 및 사회복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 중도파와 진보파 사이에 내분이 벌어지며 혼란을 빚은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이런 가운데 영킨 후보는 백인 부동층의 민심을 잡기에 주력했다. 인종 차별을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보는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민심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영킨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토대로 공화당 내 안정적 지지세를 확보하는 동시에 적정 거리를 두며 트럼프식 정치에 피로를 느끼는 무당파의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당선 확정 발표 후 “나의 승리는 정의”라며 “우리는 미국이 나아갈 길을 바꿀 것이고 오늘이 그 변화의 첫날”이라고 말했다.
암운 드리운 민주당
이번 선거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언론은 “1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득표율이 10%포인트 높았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공화당의 놀라운 승리”라고 했다.여당인 민주당이 내년 11월 예정된 중간선거까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주를 두 차례 방문해 매콜리프 후보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 과제인 3조달러 규모 인프라 및 사회복지 예산안 처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BBC방송은 “미국 민주당이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공화당 후보가 버지니아주지사에 당선된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2024년 대선 재도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버지니아주 선거로 정치적 존재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으로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하며 지지세를 확대할 동력을 얻게 됐다.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서둘러 ‘출구 전략’ 찾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BBC는 “이미 일부 정치 평론가는 중간선거에서 피를 보느니 바이든 대통령을 버리고 출구를 찾아가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하루빨리 버지니아주의 패배를 수습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상용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