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이어 SM상선까지…'兆단위 대어' 상장 철회 왜

삼라마이다스그룹의 해운사인 SM상선이 3일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시몬느)이 상장 계획을 접은 지 약 2주일 만이다. 기관이 ‘최근 해운업 호황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냉랭한 평가를 내놓으며 몸값이 기대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보기술(IT), 핀테크 등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만 투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M상선은 이날 상장 계획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지난 1~2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률은 두 자릿수에 그쳤고, 참여 기관 대부분이 희망가격범위(1만8000~2만5000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은 시가총액 2조원대를 기대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1조원대 초반으로 평가받았다”며 “공모가를 낮추고 공모 규모를 줄이기보다 상장을 연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상장으로 3384만여 주를 공모해 6091억~8461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5230억~2조1153억원이었다.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장 시 기업 가치가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SM상선과 함께 국내 양대 국적 원양선사인 HMM 주가가 지난달부터 전월 대비 절반 가까이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증권가는 해운업종이 다른 산업군 대비 변동성이 심한 데다 지속적인 운임 성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기관으로부터 외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며 제조업, 해운업 등 성장 잠재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기업에는 투자자가 몰리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 가치가 조(兆) 단위에 이르는 대어 중에서도 상장에 실패하는 회사가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