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하와이로" 신세계, 명품 아울렛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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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월드에 프리미엄 쇼핑센터미국 하와이에는 프리미엄 아울렛 와이켈레가 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럭셔리 브랜드가 즐비한 명품 아울렛이 여럿이다. 세계적 관광지들은 내·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쇼핑 명소를 랜드마크로 적극 활용한다. 연간 1500만 명(2019년 기준)이 다녀가는 제주도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공항 면세점 쇼핑이 고작이었다. 신세계그룹이 이 같은 제주의 황량한 ‘쇼핑 풍경’을 바꾸는 실험에 나서 주목된다. 국내 유통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제주(서귀포시 대정읍)에 리조트형 프리미엄 쇼핑센터를 선보이고 쇼핑 공백을 메우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숙박·관광·명품 구매를 한번에
나이키·아디다스 등 '차포' 뗐지만
현지에 없는 럭셔리 브랜드 입점
"3월 샤넬 팝업 행사에서 자신감
한국형 쇼핑 랜드마크 만들 것"
관광과 쇼핑 결합한 ‘유통 실험’
신세계그룹은 미국 사이먼프라퍼티와 합작사(신세계사이먼)를 설립해 2007년 여주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들여왔다. 제주신화월드점은 다섯 번째 점포다. 국내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 내 2개 층에 자리잡고 있다. 영업면적은 8835㎡ 규모다. 여주점의 약 6분의 1이지만 호텔을 비롯해 테마파크, 워터파크, 컨벤션센터,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갖춘 대형 위락 시설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이번 프로젝트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이라는 점에서 ‘실험’에 가깝다. 신세계 아울렛만 해도 여주, 파주, 시흥, 부산 등 주로 도심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비해 제주신화월드점은 실내 시설인 데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관광지를 입지로 택했다. 관광과 쇼핑을 결합한 한국형 쇼핑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현 신세계사이먼 대표(부사장)는 40대 초반의 젊은 점장을 선임하고,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초 150명의 지역 직원을 채용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제주에 열린 ‘명품 신세계’
유통업계는 신세계의 제주 진출을 눈여겨보고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통할지가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는 올 3월 신라호텔 제주점에서 연 샤넬의 팝업 행사를 고무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는 샤넬이 국내에서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팝업 부티크’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터라 특별한 홍보가 없었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명품 쇼핑객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사전에 예약이 마감된 것은 물론이고, 개점 당일엔 오픈런이 발생했을 정도”라고 전했다.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샤넬은 물론이고 국내 상위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주 흥행’에 굉장히 놀란 것으로 안다”며 “다른 아울렛과 달리 제주신화월드점을 나이키 아디다스 등 모객효과가 큰 브랜드 없이 내·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프리미엄 명품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제주도가 대형 유통기업에 난공불락이나 다름없었다는 점도 신세계의 이번 실험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공항 인근에 있는 롯데면세점만 해도 코로나19 이전엔 1조원이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지만,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는 외국인 전용 시설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은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제주 상인들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국내외 브랜드를 제주신화월드점에 입점시키지 않기로 했다. 나이키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들이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제주도를 하와이 같은 글로벌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 지금껏 제주에는 없던 럭셔리 브랜드들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