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10% 인상 거부, 인플레 높아"…존디어 파업 지속
입력
수정
미국 농기계 중장비 기업의 존디어의 근로자들이 회사측의 내년 10% 임금 상승 제안을 거부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있어 더 많은 연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높은 임금 상승세가 확산될 경우 물가 앙등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존디어의 파업 근로자 1만여명이 소속된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는 이날 밤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회사측과의 두 번째 합의안도 55대 45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UAW는 성명을 통해 "존 디어에서의 파업은 회사와 다음 단계 제안을 논의하는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존디어는 S&P500 기업 중 98위(포천지 집계)에 해당하는 대기업이다.부결된 6년짜리 노동계약 방안은 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근로자 1인당 8500달러를 지급하고 내년 임금을 10% 인상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또 2023~2025년까지 3년간 임금을 매년 5%씩 추가로 올리며, 추후 3년간 연봉의 3% 상당의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노동계약에서 빠졌던 '생활비 조정 조항'도 다시 삽입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만큼 임금을 추가로 보전해주는 조항이다.
회사측은 이 제안이 실시됐다면 노동비용으로 35억 달러가 추가 지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회사의 근로자 1만 명은 지난 14일부터 파업을 벌여왔다. 1985년 이후 35년 만이다. 회사측은 지난달 새로운 노동계약을 제시했으나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90대 10으로 거부됐다. 이후 파업이 시작됐다. 존디어는 높은 농산물 가격 등으로 촉발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고 순이익은 47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이익은 5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업에 참가중인 근로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임금을 갉아먹는 시기에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존디어 뿐 아니라 스낵회사 몬달레즈, 시리얼 회사 켈로그, 트럭업체 볼보 등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발생한 파업만 40건에 육박해 전년 동기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상황에서 물가는 앙등하고 있고, 심각한 구인난으로 노조의 협상력이 커진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