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1월 FOMC' Dovish로 받아들인 시장, Hawkish로 끝날 것이란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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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오후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온갖 시장 가격은 춤을 췄습니다. 금리, 달러 등 특히 통화정책과 연관 관계가 깊은 지표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오락가락했습니다.
시장은 잔뜩 긴장했습니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 동결 △테이퍼링(매월 150억 달러 축소) 이달 말 시작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테이퍼링이 바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커진 가운데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비둘기파적(dovish)인지, 매파적(Hawkish)인지 헤깔렸습니다. 각종 시장 가격이 오락가락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월 의장의 "우리는 경제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내년에 공급망 혼란이 풀려가면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높아질 위험이 분명히 있다. Fed는 금리 인상을 참고 인내하겠지만 필요한 시점이 오면 주저하지 않겠다"라는 차분하고 솔직한 발언에 시장은 점점 더 설득당하는 듯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장 초반 오락가락하다가 점차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헛갈리는 건 오후 2시 나온 통화정책 성명서부터 그랬습니다. 그동안 월가 일부에선 기존 성명에 있던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많은 부분은 '일시적' 요인들을 반영한 것이다"(Inflation is elevated, largely reflecting 'transitory' factors)라는 문구에서 '일시적'이란 단어를 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어제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 인터뷰에서 “내 느낌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단어가 역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단어가 다시 나온다면 나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는 이 문구를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많은 부분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반영한 것이다"(Inflation is elevated, largely reflecting factors that are expected to be transitory)라고 바꿨습니다. '일시적'은 아니지만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에 의해 물가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 문구가 나온 직후 주가는 오르고 달러와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시장 우려(일시적 표현 삭제)보다는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 덕분입니다. Fed 어쨌든 간신히 '일시적'이란 표현을 유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위험이 약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 것이지요.
파월 의장은 "불확실성을 나타내기 위해 우리는 일시적이란 표현에서 후퇴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시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다. 몇몇 사람들은 이를 '단기적'(short-lived)이라는 의미로 해석하지만, Fed는 '지속적이 아니다'(not-permanent)라는 의미로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성명서 뒷부분의 테이퍼링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매파적 냄새가 났습니다. "경제의 상당한 진전을 고려할 때 월간 자산매입을 국채 100억 달러, 모기지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라면서도 일단 11, 12월에 한해 그렇게 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그런 뒤 "이런 속도의 자산매입 축소가 적절하지만, 경제전망 변화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11, 12월 경제 지표를 보고 12월 FOMC(14~15일)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오는 12월에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매월 300억 달러 감축)로 높이면 테이퍼링을 3월에 종료하고 4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집값, 임금 상승 속도를 보면 11월 물가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달러인덱스는 다시 94수준으로 올라갔고 금리도 올라 10년물은 1.60%, 30년물은 2.0%를 잠시 '터치'했습니다. 잠깐 플러스로 전환됐던 S&P500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갔습니다.이렇게 시장이 우왕좌왕하던 오후 2시 30분에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시장을 성공적으로 달랜 것이죠. 결국 다우는 0.29%, S&P500 지수는 0.65%, 나스닥은 1.04%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입니다. 또 10년· 30년물 등 국채 장기물 금리는 올랐고, 2년· 5년물 등 단기물 금리는 그보다 덜 올라 수익률 곡선은 약간 가팔라졌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약간 후퇴한 것이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첫 질문자로 나선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시장은 내년 테이퍼링 종료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이게 맞냐, 틀리냐"라고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평소 답변지 없이 대답하던 파월 의장은 주섬주섬 종이를 집어 들더니 "이런 식으로 답변하겠다"라며 보고 읽었습니다.
파월은 "Fed 멤버들은 시장 트레이더들과는 좀 다른 것을 본다. 하지만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가 논리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지는 않은 겁니다. 파월은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 공급망 혼란이 사그라지면서 물가가 둔화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내년 2, 3분기에 진정될 것으로 믿는다.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금리 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우리 예상보다 높아진다면 우리의 도구를 쓰는 걸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은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그는 "아직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FOMC에서는 금리 인상 기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낮은 노동참여율을 지적하면서 "지금 여건은 최대고용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 2%를 크게 넘고 있는 데 대해선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이라면서 “역동적 경제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적응할 것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 공급 제약이 얼마나 지속할지, 인플레이션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공급망은 정상화될 것이지만 그 시기는 매우 불확실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테이퍼링을 하는 배경에 대해선 "모든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통화정책이 모든 범위의 가능한 경제적 결과를 다룰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의 발언을 정리하면 ① 기준금리 인상에 서둘지 않는다 ② 인플레이션이 2022년에 둔화할 것으로 본다 ③ 그래서 '인내'(PATIENT)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는 이날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건 달러 가치"라며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달러 가치를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팬데믹이 발생해 Fed의 통화정책이 급격히 완화적으로 바뀌자 달러 약세는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제시되자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습니다.이날 ICE달러인덱스는 94 초반에 머물다가 오락가락했지만 결국 93.8까지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달러도 FOMC 결과를 비둘기파적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이제 12월 FOMC를 주시할 때입니다. Fed의 두 가지 책무 중 하나인 '고용'은 델타 변이가 꺾이면서 견고하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고용정보업체 ADP가 이날 발표한 10월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57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지난달(52만3000명)이나 월가 예상(39만5000명)보다 많았습니다. 또 오는 5일 발표될 10월 비농업 신규고용의 월가 예상(45만 명)보다도 많습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이 집계하는 10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7을 기록해 예비치인 58.5와 전월 54.9를 웃돌았습니다. 고용의 원천인 서비스업이 회복 경로에 있는 겁니다.
결국, 두 번째 책무인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11, 12월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한다면 연말 '산타 랠리'는 거품처럼 꺼질 수 있습니다. 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한다는 건 확실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될 터이니까요.씨티는 이날 FOMC 직후 "Fed의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2022년 12월에서 2022년 6월로 앞당긴다. Fed의 목표 이상으로 예상되는 근원 인플레이션, 구조적으로 빡빡한 노동 시장, 2022년에 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가속하겠다는 Fed의 명시적 의지에 의거한 것"이라며 "12월 FOMC에서 Fed는 월 150억 달러의 자산매입 감축을 월 200억~300억 달러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그랜드손튼의 다이언 스웽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12월 FOMC가 2022년 초에 자산매입 축소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더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문을 열 것이다. 우리는 이제 내년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0월과 11월에 고용이 개선된다면 이것도 Fed가 내년 초 자산매입 축소를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전략가는 "시장이 강세장을 이어갈 수 있는 시나리오는 Fed가 빨리 금리를 올려 물가가 잡히면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짧게 끝내는 것"이라며 "약세장 시나리오는 Fed가 금리 인상 시기를 질질 끌다가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ING는 "미국의 3분기 고용 비용 지수가 전분기 대비 1.3% 급등했다는 사실은 인플레이션 위협의 깊이와 폭에 대한 분명한 경고 신호다. 여기에 더해 주택 비용, 에너지 가격, 그리고 중고차 값까지 다시 치솟고 있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겨우내 6%를 넘고 근원 물가도 5%를 상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면서 "이를 고려하면 테이퍼링은 아마도 내년 1분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하반기에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한 차례 추가 인상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시장은 잔뜩 긴장했습니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 동결 △테이퍼링(매월 150억 달러 축소) 이달 말 시작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테이퍼링이 바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커진 가운데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비둘기파적(dovish)인지, 매파적(Hawkish)인지 헤깔렸습니다. 각종 시장 가격이 오락가락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월 의장의 "우리는 경제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내년에 공급망 혼란이 풀려가면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높아질 위험이 분명히 있다. Fed는 금리 인상을 참고 인내하겠지만 필요한 시점이 오면 주저하지 않겠다"라는 차분하고 솔직한 발언에 시장은 점점 더 설득당하는 듯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장 초반 오락가락하다가 점차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헛갈리는 건 오후 2시 나온 통화정책 성명서부터 그랬습니다. 그동안 월가 일부에선 기존 성명에 있던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많은 부분은 '일시적' 요인들을 반영한 것이다"(Inflation is elevated, largely reflecting 'transitory' factors)라는 문구에서 '일시적'이란 단어를 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어제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 인터뷰에서 “내 느낌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단어가 역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단어가 다시 나온다면 나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는 이 문구를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많은 부분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을 반영한 것이다"(Inflation is elevated, largely reflecting factors that are expected to be transitory)라고 바꿨습니다. '일시적'은 아니지만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에 의해 물가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 문구가 나온 직후 주가는 오르고 달러와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시장 우려(일시적 표현 삭제)보다는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 덕분입니다. Fed 어쨌든 간신히 '일시적'이란 표현을 유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위험이 약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 것이지요.
파월 의장은 "불확실성을 나타내기 위해 우리는 일시적이란 표현에서 후퇴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시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다. 몇몇 사람들은 이를 '단기적'(short-lived)이라는 의미로 해석하지만, Fed는 '지속적이 아니다'(not-permanent)라는 의미로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성명서 뒷부분의 테이퍼링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매파적 냄새가 났습니다. "경제의 상당한 진전을 고려할 때 월간 자산매입을 국채 100억 달러, 모기지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라면서도 일단 11, 12월에 한해 그렇게 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그런 뒤 "이런 속도의 자산매입 축소가 적절하지만, 경제전망 변화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11, 12월 경제 지표를 보고 12월 FOMC(14~15일)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오는 12월에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매월 300억 달러 감축)로 높이면 테이퍼링을 3월에 종료하고 4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집값, 임금 상승 속도를 보면 11월 물가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달러인덱스는 다시 94수준으로 올라갔고 금리도 올라 10년물은 1.60%, 30년물은 2.0%를 잠시 '터치'했습니다. 잠깐 플러스로 전환됐던 S&P500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갔습니다.이렇게 시장이 우왕좌왕하던 오후 2시 30분에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시장을 성공적으로 달랜 것이죠. 결국 다우는 0.29%, S&P500 지수는 0.65%, 나스닥은 1.04%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입니다. 또 10년· 30년물 등 국채 장기물 금리는 올랐고, 2년· 5년물 등 단기물 금리는 그보다 덜 올라 수익률 곡선은 약간 가팔라졌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약간 후퇴한 것이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첫 질문자로 나선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시장은 내년 테이퍼링 종료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이게 맞냐, 틀리냐"라고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평소 답변지 없이 대답하던 파월 의장은 주섬주섬 종이를 집어 들더니 "이런 식으로 답변하겠다"라며 보고 읽었습니다.
파월은 "Fed 멤버들은 시장 트레이더들과는 좀 다른 것을 본다. 하지만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가 논리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지는 않은 겁니다. 파월은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 공급망 혼란이 사그라지면서 물가가 둔화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내년 2, 3분기에 진정될 것으로 믿는다.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금리 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우리 예상보다 높아진다면 우리의 도구를 쓰는 걸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은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그는 "아직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FOMC에서는 금리 인상 기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낮은 노동참여율을 지적하면서 "지금 여건은 최대고용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 2%를 크게 넘고 있는 데 대해선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이라면서 “역동적 경제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적응할 것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 공급 제약이 얼마나 지속할지, 인플레이션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공급망은 정상화될 것이지만 그 시기는 매우 불확실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테이퍼링을 하는 배경에 대해선 "모든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통화정책이 모든 범위의 가능한 경제적 결과를 다룰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의 발언을 정리하면 ① 기준금리 인상에 서둘지 않는다 ② 인플레이션이 2022년에 둔화할 것으로 본다 ③ 그래서 '인내'(PATIENT)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는 이날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건 달러 가치"라며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달러 가치를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팬데믹이 발생해 Fed의 통화정책이 급격히 완화적으로 바뀌자 달러 약세는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능성이 제시되자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습니다.이날 ICE달러인덱스는 94 초반에 머물다가 오락가락했지만 결국 93.8까지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달러도 FOMC 결과를 비둘기파적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이제 12월 FOMC를 주시할 때입니다. Fed의 두 가지 책무 중 하나인 '고용'은 델타 변이가 꺾이면서 견고하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고용정보업체 ADP가 이날 발표한 10월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57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지난달(52만3000명)이나 월가 예상(39만5000명)보다 많았습니다. 또 오는 5일 발표될 10월 비농업 신규고용의 월가 예상(45만 명)보다도 많습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이 집계하는 10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7을 기록해 예비치인 58.5와 전월 54.9를 웃돌았습니다. 고용의 원천인 서비스업이 회복 경로에 있는 겁니다.
결국, 두 번째 책무인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11, 12월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한다면 연말 '산타 랠리'는 거품처럼 꺼질 수 있습니다. 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한다는 건 확실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될 터이니까요.씨티는 이날 FOMC 직후 "Fed의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2022년 12월에서 2022년 6월로 앞당긴다. Fed의 목표 이상으로 예상되는 근원 인플레이션, 구조적으로 빡빡한 노동 시장, 2022년에 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가속하겠다는 Fed의 명시적 의지에 의거한 것"이라며 "12월 FOMC에서 Fed는 월 150억 달러의 자산매입 감축을 월 200억~300억 달러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그랜드손튼의 다이언 스웽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12월 FOMC가 2022년 초에 자산매입 축소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더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문을 열 것이다. 우리는 이제 내년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0월과 11월에 고용이 개선된다면 이것도 Fed가 내년 초 자산매입 축소를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전략가는 "시장이 강세장을 이어갈 수 있는 시나리오는 Fed가 빨리 금리를 올려 물가가 잡히면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짧게 끝내는 것"이라며 "약세장 시나리오는 Fed가 금리 인상 시기를 질질 끌다가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ING는 "미국의 3분기 고용 비용 지수가 전분기 대비 1.3% 급등했다는 사실은 인플레이션 위협의 깊이와 폭에 대한 분명한 경고 신호다. 여기에 더해 주택 비용, 에너지 가격, 그리고 중고차 값까지 다시 치솟고 있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겨우내 6%를 넘고 근원 물가도 5%를 상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면서 "이를 고려하면 테이퍼링은 아마도 내년 1분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하반기에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한 차례 추가 인상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