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돈 생긴 느낌"…'해외여행' 남들보다 싸게 가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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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위드 코로나' 전환, 해외여행 수요 급증
카드사, 해외 여행족 유치 경쟁 심화
항공권·호텔 할인에 해외 가맹점 이용액 캐시백까지
"180만원짜리 프랑스 파리 왕복 항공권을 160만원대에 사다니, 공돈을 번 느낌입니다."국내 카드사들이 '해외여행족' 모시기에 나섰다. 각종 할인혜택은 물론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까지 내세우고 있다. 최근 해외 여러 국가가 외국인 여행객에게 빗장을 풀고 있고, 여행 소비 심리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한 이커머스(온라인 전자 상거래) 기업 조사 결과 지난달 해외 항공권 거래액은 전달보다 무려 7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파리 여행을 다녀온다는 5년차 회사원 김모씨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막혔던 평생의 꿈을 이룬다는 설렘은 전달부터 존재했다. 최근 김씨의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데에는 예상치 못한 카드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던 게 컸다. 유럽여행 경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 가격이 부담이었던 김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이달 말까지 유럽 노선 항공권을 무려 7%나 할인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관련 사이트를 통해 파리 항복 항공권을 끊었다. 무려 11만원 차이였다. 보다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 김씨는 부모님의 선물까지 고르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유럽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인이 격리를 면제받고 입국할 수 있는 나라는 지난달 말 기준 23개국 정도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터키, 크로아티아 등 유럽 국가와 하와이, 몰디브, 괌 등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탓에 억눌려 있던 보복 여행 수요가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해외여행 수요 폭발한다"…카드사, '여행족' 유치 경쟁 본격화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하나·삼성·현대·신한·롯데·비씨카드가 호텔 등 여행 결제와 국제선 항공권 발권 관련 할인 혜택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들은 항공권과 호텔 이용료를 할인하거나 해외 가맹점 이용액 일부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등의 혜택을 뿌리고 있다.항공권 할인 혜택 제공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카드사는 KB국민카드다. KB국민카드는 이달 말까지 라이프샵 항공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국제선 항공권 예약 시 북미와 유럽 노선에 7%, 그 외 노선에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자사 자유여행 전용 플랫폼 '티티비비(TTBB)'를 통해 호텔을 포함한 숙박 상품을 예약하고 이용한 고객은 최대 3만원까지 결제금액의 12%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하나카드는 같은 기간 인터파크투어를 통해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전용 할인요금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진에어 괌 노선 왕복 운임 30만원 이상 결제 시 3만원을 할인해준다. 하나멤버스앱에서 환전지갑을 통해 미국달러화 환전 시 90% 환율 우대와 환전 완료 시 10% 하나머니 적립을 통해 100% 환율 우대 효과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하나카드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공항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인천공항 신세계 등 면세점 10% 할인, 라운지 30% 할인 등 혜택은 덤이다.삼성카드는 올해 말까지 '삼성카드 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하나투어와 한진관광이 제공하는 괌, 하와이 행사상품을 예약하는 고객에게 이용금액 100만원당 최대 7만원 할인, 2∼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참좋은여행이 제공하는 괌 행사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이용금액 3% 할인, 2~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해외여행에서 지출이 큰 호텔 이용료에 대한 할인 혜택을 강화한 카드사도 있다. 현대카드는 오는 30일까지 여행 플랫폼 프리비아(PRIVIA)를 통해 하와이, 괌, 몰디브 항공편을 예약한 고객에게 호텔 결제액 5% 즉시 할인 혜택과 5% 추가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에게는 5만원 상당의 프리비아 이용권도 지급한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 프리미엄카드로 항공편을 예약한 뒤 해외 호텔을 예약하면 5% 즉시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오는 10일부터 연말까지 하나투어와 협업 행사를 진행해 여행 상품 가격의 최대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행팀별로 2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이 있다. 총 결제금액 200만원 이상 고객에 대해서는 2만원 할인 혜택도 적용된다. 지난 3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출시한 글로벌 호텔 멤버십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메리어트 본보이TM 더 베스트 신한카드'를 통해서는 전 세계 체인호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 1회 무료 숙박권과 국내 메리어트 본보이 참여 호텔 조식 5만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해외 가맹점 이용액에 대해 캐시백 혜택을 주는 카드사도 있다. 롯데카드가 지난달 내놓은 '하나은행 밀리언달러 카드'는 해외 가맹점에서 해외서비스 수수료 없이 고객이 이용한 달러 금액만큼만 결제되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해외 가맹점 이용금액의 0.2%에 대해선 실적과 한도 조건 없이 캐시백 해준다. 올해 말까지 호텔스닷컴 제휴 채널에서 국내 및 해외 숙박 상품 결제 시 1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비씨카드도 올해 연말까지 호텔 예약 시 숙박 예약 플랫폼 아고다에서 최대 10%, 부킹닷컴에서 최대 10% 할인 및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항공권 예매 790% '폭발'…"고객 확보 경쟁 심화 전망"
이처럼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여행족을 겨냥한 혜택을 내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고객들의 여행 소비 심리가 폭발하고 있어서다. 여행안전권역, 즉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은 국가가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시행한 영향이다.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여행 수요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위메프의 지난달 25일 기준 해외 항공권 판매액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790% 폭증했다. 이중 올해 안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결제한 고객이 90%에 달했고 나머지 10%도 내년 초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결제한 것으로 집계됐다.카드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 협약 확대와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여행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카드사들이 항공과 여행 관련 혜택을 강화하면서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해외여행족의 소비 욕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후 해외여행 특화 카드와 VIP 관련 특화 상품 등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