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전쟁에 등 터지는 대만, 한국은…뭣이 중헌디? [Dr.J’s China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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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전쟁 시대…대만이 닭?
사진=EPA
중국 말에 '원숭이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杀鸡儆猴)'는 말이 있습니다. 미중 양국 강대국 간의 싸움에 작은 나라들의 등이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항공모함을 통한 공격에 대응해 중국이 자체 개발한 항공모함 킬러미사일인 동풍 미사일의 사거리는 중국 근해를 넘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은 이를 감시할 목적으로 한국에 사드 배치를 결정했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류수출과 중국 관광객 감소 피해를 봤습니다.

미중이 트럼프 시대엔 무역전쟁을 했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기술전쟁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의 대중국 유입을 봉쇄하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최대 IT회사인 화웨이의 제재를 통해 대만TSMC가 화웨이가 의뢰한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를 받지 못하게 만들면서 대만의 화웨이는 큰 거래선 하나를 잃었습니다.세계 최고의 반도체기술 보유국인 미국이지만 생산비용을 낮추는 생산기기를 찾아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자체 반도체 공급능력이 취약해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반도체 부족문제가 발생하자 미국은 자동차부터 휴대폰까지 생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특히, 5nm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만이 공급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 IC Insights)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대만 반도체를 볼모로 잡았습니다. 반도체 공급 능력에 심각한 불안감을 느낀 미국은 당장 5nm이하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를 압박했습니다.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게 만들었고, 한국의 삼성전자도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요구했습니다.

미국에 볼모로 잡힌 대만은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6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5nm급이하 첨단 반도체 공장엔 투자금만 150억~250억 달러가 들어가고, 건설기간도 2년 이상 걸립니다. 연간 480억 달러 규모 매출을 겨우 올리는 TSMC가 6개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겉으론 대단해 보이지만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적인 립 서비스의 냄새가 풀풀 납니다.

정치인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미국의 대만정책, 대만의 본토정책

중국과 대만 사이엔 해묵은 논쟁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국이 채워준 국가대표 선수 완장입니다. 미국은 1971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만을 빼고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을 사실상 허용했습니다. 이른바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는 하나다"라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 정책을 인정했고,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상하이 코뮤니케'를 발표했습니다. 대만해협 양안의 모든 중국인은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1979년 1월 타이베이 주재 미국대사관을 폐쇄하면서 중국 대륙의 대표는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을 인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 들어 미중간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state'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버리는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친미성향의 대만 본토 출신인 차이잉원 총통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통화하면서 중국을 자극했고, 중국은 미국의 약속위반이라고 펄펄 뛰었습니다. 그러나 의도된 트럼프의 정부의 정책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 (자료 = https://news.cgtn.com)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미국의 고위 관리가 대만을 방문하고, 미국은 대만에 무기판매를 지속했습니다. 심지어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에 미국이 주둔하고 있다는 의도된 발언을 언론에 흘렸습니다.

당연히 중국은 난리를 쳤고 중국은 대만을 무력통일 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대만해협에 전쟁의 연기가 피어 오를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대만 국방부는 군대 주둔이 아니라 교류 차원의 방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홍콩 등지에서는 대만의 미국 군대 주둔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소리도 흘러 나왔습니다.

미국은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물가급등과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는 중국 화웨이의 CFO 멍완저우를 석방하는 제스쳐를 보이면서, 중국과 맺은 1단계 무역합의 2000억달러의 구매실행을 요구했습니다.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병 주고 약 준다'는 식으로 대만사태의 악화를 의식해 다시 '하나된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22일엔 다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을 방위하겠다고 밝혀 다시 중국이 반발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대만은 미국의 정치인에 따라 그 지위가 왔다갔다합니다. 대만의 역사를 보면 원래 대만은 말레이, 폴리네시아계 원주민이 거주했던 지역입니다. 1600년대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통치했다가 명나라 말기에는 본토에서 이주해온 정성공이 청나라를 내몰고 명나라를 회복한다는 '반청복명'의 명분을 내걸고 나라를 세웠다가 청나라에 복속 당했습니다. 1895년 청나라가 청일전쟁에 패하자 50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고,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에는 장개석의 중화민국으로 편입됐습니다. 1949년 본토의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한 국민당의 장개석이 이주해 오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대만의 역사와 주민의 고향 (자료 = 施添福 1996,John Shepherd 1993)
1996년 대만은 총통의 직접선거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민당 1당독재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대만 본토인 출신이 주축이 된 민진당과 외성인 출신이 주류인 국민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으면서 대만의 대중국 본토 전략도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국민당이 정권을 잡을 때는 본토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민진당이 정권을 잡으면 본토와 강경한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6년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면서 대만과 중국의 갈등은 더 심화됐습니다. 여기에 미중 전쟁이 가세하면서 대만은 미중 경쟁의 전쟁터, 아시아의 화약고처럼 돼 버렸습니다. 힘없는 약소국의 비애입니다.

미중 전쟁 속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대만의 지정학

대만에 대해 미국의 왔다갔다하는 정책은 중국의 부상과 굴기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별볼일 없던 시절에는 대만을 나 몰라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대만을 끌어안는 이유는 중국을 포위하고 공격하는데 지정학적 차원에서 대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해군력은 세계 최강이고 그 중심에는 항공모함이 있습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미국의 항공모함 세 대가 동시에 출현해 중국의 해상진출을 원천 봉쇄할 정도로 미국의 해군력은 강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다소 허접해도 2대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됐고, 미국의 항공모함 전용 킬러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이 되자 미국 항공 모함의 위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남사군도를 매립해 군사기지화했지만, 미국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유사시에 미국이 중국본토를 공략할 상황이 벌어지면 대만은 '가라앉지 않는 거대한 항공모함'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직전인 1979년 4월10일에 '대만관계법'을 통과시켜 대만 안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규정한 미국 국내법을 만들어 뒀습니다.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뒀고, 이를 근거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왔습니다.
맥아더 장군의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대만 (자료 = 浙江大学,孔小惠 教授)  
미국은 2010년 이래 대만에 230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트럼프 정부는 최신형 F16 블록(block) 70기종 전투기 66대와 보잉사가 만든 24억 달러 규모 대함미사일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지난 8월 대만에 7억5000만달러 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팔아 돈 벌어서 좋고, 미국산 무기로 무장한 대만을 '영원히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사용해 중국을 공격할 수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반도체 방패'를 가진 대만의 중요성은 더 커져

지금 전세계 반도체 공급 비중을 보면 20%를 차지하는 대만이 1위이고 19%를 공급하는 한국이 2위입니다. 그리고 일본(17%), 중국(16%)이 공동 3위, 미국은 13%를 공급해 5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분야별 점유율. (자료 = BCG)
특히, 첨단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5nm급 이하 반도체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가 대표주자이고, 삼성이 뒤를 이을 정도입니다. 중국의 화웨이는 5G장비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했지만, 미국이 TSMC에 첨단 통신용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중단케 하자, 화웨이는 심각한 반도체 수급난에 봉착했습니다. 세계 2위 수준까지 올라갔던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공급망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반도체부족입니다.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의 생산이 줄어들고 IT업체들의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것이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주는 수준입니다.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의 63%를 차지하는 대만은 큰소리를 칠 상황입니다. 특히, 대만의 TSMC는 한국의 삼성전자의 3배에 달하는 매출 규모로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디자인 업체, 팹리스들도 TSMC의 생산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첨단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세계 top 10 파운드리 점유율. (자료 = 트렌드포스)
TSMC의 경우 매출의 62%가 미국 고객입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당장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과 IT제품의 공급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중국과 대만은 직선거리로 최단거리는 125km입니다. 유사시 중국이 군사용 드론으로 TSMC의 반도체 팹(FAB)만을 정확히 타격한다면 미국의 반도체·IT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있어 대만은 과거엔 군사적인 지정학(地政學)적차원에서 중요했지만 반도체 기술 패권시대엔 기경학(技經學)적 차원에서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문제 때문에 대만을 더 더욱 포기할 수 없게 됐고, 중국은 눈엣가시가 된 대만을 계속 더 강하게 압박하고 위협할 수 밖에 없지만 '반도체 방패(semiconductor shield)'를 가진 대만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한국은 미중이 원하지만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당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핵심은 군사동맹이 아니라 경제동맹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서 동맹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이고, 여기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 2위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고,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다음으로 2위의 점유율을 가진 우리 한국은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동맹에서 중요합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상대로 대항하는 것은 결국 외교력이라고 하지만, 외교력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력이 진짜 외교력이고 기술 경쟁의 시대에는 경제력의 배후엔 강한 기술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미국 사드에 멍든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쿼드에서 소외됐다고 비관하는 시각도 있지만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중친미, 반중반미를 가지고 우리끼리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쪽에 서서 우리 이익을 극대화하면 되는 것입니다. 미중의 전쟁 속에서 어느 편에 속했는 지 등 강대국의 편가르기에 일희일비하거나 소외됐다고 스스로 비하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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