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망' 고집하는 넷플릭스,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 있다는데

SKB는 '깐부' 아니라던 넷플릭스…돌연 "만나자" 한 이유는

넷플릭스, 망사용료 지급 거부하며 SK브로드밴드와 소송 중
SK브로드밴드 공개 저격→"논의하자" 태도 변화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사진=온라인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망이용료 지급을 거부한 넷플릭스를 상대로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SKB)를 저격하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던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사진)이 돌연 "(SKB와)만나서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와 국회, 대통령까지 나서 넷플릭스의 망이용 대가 문제를 압박하고 나선 데 대해 넷플릭스가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딘 부사장은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토크 행사에서 "저희는 모든 국내 인터넷망사업자(ISP)와 협력하길 원하고 여기에는 SK브로드밴드도 포함된다"며 "SKB 측과 한 자리에 앉아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딘 부사장의 이러한 태도는 그간 행보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딘 부사장은 앞서 지난달 24일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에 기고문을 올려 SK브로드밴드를 공개 저격한 바 있다.

그는 해당 글에서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생태계의 깊은 파트너십과 우정은 마치 '깐부'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ISP 중 한 곳의 경우는 다르다"며 "해당 ISP는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사의 지배적 영향력을 동원해 자의적으로 정한 금액을 저희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딘 부사장이 지목한 해당 ISP는 SKB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SKB와 망 사용료 지급을 놓고 소송 중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6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여전히 망 사용료 협상에 응하지 않는 가운데 9월 말 SKB가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러한 와중에 넷플릭스가 갑자기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정부와 국회, 대통령까지 나서서 망 이용료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한 일정에서 넷플릭스는 국회에서 통신사업자와 협상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했다고도 전해졌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망사용료 문제와 기술적 문제에 대해 통신사업자와 적극 협상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사진=한경DB

"만나자"고는 했지만...망사용료 내겠단 약속은 없어

하지만 망사용료에 관한 넷플릭스의 전향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넷플릭스는 망이용료 지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대신 넷플릭스의 기존 입장인 '오픈 커넥트'를 통한 ISP 사업자와의 '윈윈'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넷플릭스는 일본과 홍콩에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캐시 서버 프로그램 오픈 커넥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 통신사에는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딘 부사장은 "오픈 커넥트를 위해 1조원을 투자했다"며 "이 방식으로 95%까지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을 줄였고, 이를 통해 전세계 ISP가 한 해 동안 1조4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SKB 측은 "넷플릭스가 대외적으로 협상 의지를 밝힌 건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도 "SKB는 처음부터 망 이용대가 문제와 관련해 넷플릭스에 수차례 협상 의사를 전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 재정을 거부하고 사법부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건 넷플릭스"라고 짚었다.

이어 "넷플릭스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의 콘텐츠 및 네트워크 생태계를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당사자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국회에서 망사용료 문제에 대해 입법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딘 부사장 또한 "(망사용료 의무화와 관련해) 입법화가 되면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망 이용대가에 대해 입법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넷플릭스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