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이러 간다' 박남원 감독 "내가 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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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최보은을 만나다’, 단편 ‘모델’, ’신고’ ‘우리 집에 왜 왔니’, ‘가물치’, ‘수업’ 등 여성을 주제로 한 단편을 꾸준히 만들어 온 박남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이러 간다’ 개봉을 앞두고 10문10답 인터뷰를 가졌다.
Q. 지금까지 단편영화 작업을 오래했는데, 장편 데뷔가 좀 늦은 것 같다. 영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A. 대학에서 연극연출과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영화사 기획실에서 근무하다가 불교텔레비전(BTN)에 PD로 입사했다.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출산과 육아 문제로 방송국을 그만두고 몇 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 다시 일을 하겠다고 하자, 남편이 이 금쪽같은 우리 아들을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느냐고 노발대발해서, 타협책으로 영상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대학원은 일주일에 2, 3일만 가면 되니까) 대학원에서 단편 작업을 꾸준히 했다.
Q. 영화 ‘죽이러 간다’는 어떻게 만들게 된 영화인가?
A.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에 대한 영화가 너무 없고, 있어도 제대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다. 여자 이야기는 여자 감독인 내가 제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죽이러 간다’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작업했다. 그러나 거의 10년간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아줌마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냐” 하는 반응들이었다. 난 ‘죽이러 간다’를 영화로 만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관객들도 보고 싶어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후원과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충당했다.
Q. ‘죽이러 간다’의 주요 인물인 여성 4명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든 건가?
A. 고수, 선재, 미연, 인애 모두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내 아들이 어릴 적에 비만이어서 나나 아들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고수를 창조할 때 제일 먼저 반영했다.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는 성공한 사업가인 선재였다, 왜냐면 난 아직 성공하지 않았으니까. (웃음)Q. 시나리오 작업할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
A. 내가 만든 영화는 모두 내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경험한 강렬했던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했다.
Q. 주인공인 오정연씨와 최윤슬 씨 캐스팅은 어떻게 한건가? 배우 캐스팅에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다.A. 원래 고수 역은 모두 알 만한 유명 영화배우가 하기로 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고수 역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얼마 후에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하더라. 아이가 아프다니까 다 이해가 됐다. 영화 제작 일정을 후원자와 투자자들에게 연기하겠다고, 캐스팅이 안되어서 제작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싫어서 급하게 고수 역을 찾았고, 대학 후배가 오정연 씨를 추천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제작일정을 연기하고, 영화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조언했지만, 제작일정을 조정할 정신적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선재 역 역시 처음엔 다른 배우가 캐스팅돼서 같이 리딩도 했는데, 드라마에 고정 캐스팅됐다고 우리 영화 리딩 시간을 못 맞추더라. 캐스팅 전 출연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는 ‘죽이러 간다’에 올 인하겠다고 하더니. 그래서 크랭크인 2주일 남겨 놓고 부랴부랴 다시 오디션을 봐서 최윤슬 씨를 캐스팅했다. 윤슬 씨는 배우들과 리딩도 몇 번 못맞춰 보고, 크랭크인 날 중요한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난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윤슬 씨가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NG를 많이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자 완벽하게 선재가 되는 거다. 정말 놀랐다. ‘역시 배우구나!’ 하고 감탄했다.
Q. ‘죽이러 간다’가 올 해 씨네퀘스트 영화제 경쟁부문과 오스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서 화제가 되었는데, 오스틴영화제 초청작 발표 이후 미국 제작사와 에이전시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A. 올 해 초에 완성해서 국내 영화제와 코미디 경쟁부문이 있는 해외 영화제 중심으로 출품했다. 국내 영화제에는 초청받지 못해 심란했는데, 다행히 시네퀘스트 영화제와 오스틴 영화제에 초청받아 반전이 됐다. (웃음) 벤 애플랙 주연의 ‘어카운턴트’ 등을 제작한 미국의 Zero Gravity Management, ‘MULAN’ ‘MY SPY’ 등을 제작한 Good Fear Content, 그리고 여러 언론사에서 스크리너를 요청해오고 있다.
Q. 여 회장 선재 방에 걸려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A. 선재 방에 걸린 액자 속 그림 3개 모두 스웨덴의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다. 칼은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독해 보이는 성공한 CEO 선재 역시 이면엔 따뜻한 가정도 중요시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Q. ‘죽이러 간다’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A. 배우들이 오디션 볼 때는 ‘죽이러 간다’ 촬영에 올 인하겠다고, 꼭 출연시켜 달라고 하더니, 막상 캐스팅된 이후엔 태도가 바뀌는 배우가 많더라. 이런 고민을 영화인 선배들한테 이야기하니까 선배들도 경험했다고 한다. 좀 슬프다. 그리고 ‘죽이러 간다’ 만든다고 내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힘들었다.
Q. 영화 만드는 동안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고 했는데, 국내 극장 개봉을 하게 되어서 가족들이 좋아하겠다.
A. 속으론 물론 좋아하겠지만, 남편이나 내 아들이나 겉으로 티를 안내는 남자들이다. (웃음)
Q.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A. 내가 공포영화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아주아주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 거다. 기대해 주시라~! 역시 주인공은 중년 여성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Q. 지금까지 단편영화 작업을 오래했는데, 장편 데뷔가 좀 늦은 것 같다. 영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A. 대학에서 연극연출과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영화사 기획실에서 근무하다가 불교텔레비전(BTN)에 PD로 입사했다.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출산과 육아 문제로 방송국을 그만두고 몇 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 다시 일을 하겠다고 하자, 남편이 이 금쪽같은 우리 아들을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느냐고 노발대발해서, 타협책으로 영상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대학원은 일주일에 2, 3일만 가면 되니까) 대학원에서 단편 작업을 꾸준히 했다.
Q. 영화 ‘죽이러 간다’는 어떻게 만들게 된 영화인가?
A.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에 대한 영화가 너무 없고, 있어도 제대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다. 여자 이야기는 여자 감독인 내가 제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죽이러 간다’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작업했다. 그러나 거의 10년간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아줌마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냐” 하는 반응들이었다. 난 ‘죽이러 간다’를 영화로 만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관객들도 보고 싶어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후원과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충당했다.
Q. ‘죽이러 간다’의 주요 인물인 여성 4명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든 건가?
A. 고수, 선재, 미연, 인애 모두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내 아들이 어릴 적에 비만이어서 나나 아들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고수를 창조할 때 제일 먼저 반영했다.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는 성공한 사업가인 선재였다, 왜냐면 난 아직 성공하지 않았으니까. (웃음)Q. 시나리오 작업할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
A. 내가 만든 영화는 모두 내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경험한 강렬했던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했다.
Q. 주인공인 오정연씨와 최윤슬 씨 캐스팅은 어떻게 한건가? 배우 캐스팅에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다.A. 원래 고수 역은 모두 알 만한 유명 영화배우가 하기로 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고수 역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얼마 후에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하더라. 아이가 아프다니까 다 이해가 됐다. 영화 제작 일정을 후원자와 투자자들에게 연기하겠다고, 캐스팅이 안되어서 제작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싫어서 급하게 고수 역을 찾았고, 대학 후배가 오정연 씨를 추천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제작일정을 연기하고, 영화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조언했지만, 제작일정을 조정할 정신적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선재 역 역시 처음엔 다른 배우가 캐스팅돼서 같이 리딩도 했는데, 드라마에 고정 캐스팅됐다고 우리 영화 리딩 시간을 못 맞추더라. 캐스팅 전 출연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는 ‘죽이러 간다’에 올 인하겠다고 하더니. 그래서 크랭크인 2주일 남겨 놓고 부랴부랴 다시 오디션을 봐서 최윤슬 씨를 캐스팅했다. 윤슬 씨는 배우들과 리딩도 몇 번 못맞춰 보고, 크랭크인 날 중요한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난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윤슬 씨가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NG를 많이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자 완벽하게 선재가 되는 거다. 정말 놀랐다. ‘역시 배우구나!’ 하고 감탄했다.
Q. ‘죽이러 간다’가 올 해 씨네퀘스트 영화제 경쟁부문과 오스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서 화제가 되었는데, 오스틴영화제 초청작 발표 이후 미국 제작사와 에이전시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A. 올 해 초에 완성해서 국내 영화제와 코미디 경쟁부문이 있는 해외 영화제 중심으로 출품했다. 국내 영화제에는 초청받지 못해 심란했는데, 다행히 시네퀘스트 영화제와 오스틴 영화제에 초청받아 반전이 됐다. (웃음) 벤 애플랙 주연의 ‘어카운턴트’ 등을 제작한 미국의 Zero Gravity Management, ‘MULAN’ ‘MY SPY’ 등을 제작한 Good Fear Content, 그리고 여러 언론사에서 스크리너를 요청해오고 있다.
Q. 여 회장 선재 방에 걸려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A. 선재 방에 걸린 액자 속 그림 3개 모두 스웨덴의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다. 칼은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독해 보이는 성공한 CEO 선재 역시 이면엔 따뜻한 가정도 중요시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Q. ‘죽이러 간다’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A. 배우들이 오디션 볼 때는 ‘죽이러 간다’ 촬영에 올 인하겠다고, 꼭 출연시켜 달라고 하더니, 막상 캐스팅된 이후엔 태도가 바뀌는 배우가 많더라. 이런 고민을 영화인 선배들한테 이야기하니까 선배들도 경험했다고 한다. 좀 슬프다. 그리고 ‘죽이러 간다’ 만든다고 내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힘들었다.
Q. 영화 만드는 동안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고 했는데, 국내 극장 개봉을 하게 되어서 가족들이 좋아하겠다.
A. 속으론 물론 좋아하겠지만, 남편이나 내 아들이나 겉으로 티를 안내는 남자들이다. (웃음)
Q.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A. 내가 공포영화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아주아주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 거다. 기대해 주시라~! 역시 주인공은 중년 여성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