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컴퓨터'에 베팅…서학개미 꽂힌 아이온큐
입력
수정
지면A2
글로벌 종목탐구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애플과 테슬라는 ‘혁신의 듀오’로 불린다. 주식시장에서는 애플과 테슬라의 뒤를 이을 혁신 기업을 찾고 있다. 최근 서학개미가 주목하는 곳은 양자컴퓨터 전문 기업인 아이온큐(티커명 IONQ)다. 아직 기술 개발 단계의 적자 기업이지만 높은 잠재력에 과감히 ‘베팅’하는 모습이다. “아이온큐가 인공지능(AI) 산업 판도를 바꾸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이온큐의 단기 주가 변동성은 클 수 있어도 장기적인 성장성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 2천만弗 순매수
주가 한달여만에 66% 올라
삼성·구글도 양자컴 기술 인정
높은 성장성 vs 고평가 엇갈려
월가는 "상승여력 충분하다"
서학개미가 사들인 양자컴퓨터 기업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이온큐는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 종목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달간 순매수 금액은 2110만달러에 이른다. 아이온큐의 시가총액이 29억5500만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자금이 몰린 셈이다.아이온큐는 2015년 설립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이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몬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힘을 합쳤다. 이들은 양자컴퓨터를 연구실 밖의 시장에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아이온큐를 설립했다.
아이온큐는 지난달 1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인 디엠와이테크놀로지와의 합병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했다. 양자컴퓨터 전문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후 한 달여 만에 주가는 66.85% 급등했다. 3일(현지시간)에는 2.33% 오른 15.35달러에 마감했다.
삼성·현대차·구글 투자 유치
양자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급증하면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과 구글, 아마존, IBM 등 빅테크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아이온큐는 극저온에서만 가동이 가능한 기존 양자컴퓨터와 달리 이온트랩(전자기장으로 이온을 잡아두는 것) 기술을 이용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커다란 냉각 장비가 필요 없어 소형화가 가능하다. 아이온큐는 2023년까지 비디오 게임기 크기의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현재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 능력은 22큐비트(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 수준이다. 이를 2028년까지 1024큐비트로 높일 계획이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신약 개발, 자율주행 개발 능력 등이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으로 향상돼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아마존, 구글벤처스 등이 투자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19년 벤처캐피털 ‘삼성캐털리스트펀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캐피털’과 함께 5500만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이 밖에도 아이온큐는 소프트뱅크, 액센츄어,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양자컴퓨터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성장성 크지만…단기 변동성 우려”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래 성장성과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중 무엇을 우선시하는지에 따라 정반대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프레시언트&스트래티직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시장은 2030년 6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56.0%에 달한다.반면 아직 기술 개발 단계이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아이온큐는 지난 2분기 999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9만달러에 불과했다.미국 헤지펀드 케리스데일캐피털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안 베젝은 “양자컴퓨터 시장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다”면서도 “아이온큐는 2026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만큼 투기성이 짙은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이온큐에 대해 투자 의견을 밝힌 월가 애널리스트 3명 모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18달러로, 현 주가 대비 17.26% 상승 여력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