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꼬이는 '지구촌 기후협약', 환경 vs 성장…누가 먼저?

세계 200개국 지도자
탄소중립 퍼즐 맞추기 '동상이몽'

선진국 "석탄 사용 줄이자"
개도국 "우린 더 써야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COP26은 세계 200여 개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 지구 기후 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랍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이 회의가 무려 2주 동안 열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COP는 ‘당사국 총회’를 일컫는 ‘Conference of the Parties’를 뜻하고 26은 스물여섯 번째라는 말입니다.

글래스고 회의는 두 가지 안을 다룹니다. 하나는 탄소중립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전환입니다. 탄소중립(Net-zero)은 지구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이산화탄소를 자연이 흡수할 만큼만 배출해 ‘순 배출량 0’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이고, 에너지 전환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석탄 에너지를 덜 쓰고 친환경 에너지로 바꿔 쓴다는 걸 뜻합니다. 지구촌이 석탄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제어해보자는 겁니다.문제는 ‘어떻게’입니다.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목적’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지만, ‘방법’에 이르면 나라마다 입장이 갈립니다. COP26이 ‘알맹이 없는 회의’ ‘모여서 밥만 먹은 회의’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지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석탄과 석유)를 에너지로 많이 사용하는 나라들이 COP 회의에 부정적입니다. 경제 성장에 적극 나서야 하는 나라들은 경제성과 효율성이 좋은 석탄 에너지에 더 의존해야 합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태국, 아프리카 나라 등 개발도상국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 나라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지으려고 합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 모임인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발생시키는데 왜 우리더러 석탄 사용을 줄이라고 하느냐”고 항의합니다.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이 엇갈립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바라보는 이견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후변화가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 즉 인간 탓이라고 합니다. 반면 다른 과학자들은 태양의 변화, 지구의 자기 변화처럼 보다 큰 차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석탄을 포기하면 그것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있느냐는 현실적인 물음도 존재합니다. 비싼 대체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경제 성장을 포기해야 하느냐, 대체에너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과 복지 같은 비용을 줄이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있답니다. 기후 문제는 국가들의 이해관계, 탄소중립의 적정성, 에너지 전환의 경제성 등이 얽힌 난해한 고차방정식입니다. 4, 5면에서 더 알아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