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었으니…집값이 떨어질까요?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상품과 거래방식이 달라졌을 뿐"
"수요는 주택 시장에 남아 있어"
사진=뉴스1
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는 중입니다. 최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10월 아파트 거래는 1411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집계가 완료된 9월의 거래 또한 심각합니다. 2693건으로 작년 3775건과 비교하면 28.6% 줄었습니다. 정부의 규제가 중첩되면서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에는 거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겁니다.

부동산 시장에는 '거래가 줄면 가격이 조정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는 규제 등 정부의 심한 시장개입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됩니다. 사회주의 포퓰리즘 국가와 유사한 부동산 규제정책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를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아파트 거래가 줄었다는 단편적인 지표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부동산은 복합적인 상품으로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주택수요가 완전히 부동산시장을 떠났다면 이런 전제가 일견 논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섣부른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거래는 줄었지만 서울의 연립·다세대 거래는 많이 늘었습니다. 집계가 완료된 올해 9월의 경우 4135건으로 2693건에 그쳤던 아파트 거래를 압도합니다. 작년 9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연립·다세대의 거래량은 늘었습니다. 아파트의 감소폭과 비교한다면 연립다세대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피스텔 거래건수도 많이 늘었습니다. 작년 9월 946건에 그쳤던 서울 오피스텔 거래의 경우에도 올해 9월에는 1498건으로 늘었습니다. 6억원 초과되는 거래 또한 88건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아파트의 대체상품으로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늘었다는 반증입니다.아파트를 원하는 주택수요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너무 빠르게 많이 오른 겁니다. 정부의 중첩된 규제로 인해 아파트의 대체상품인 연립이나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거래방식 또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매매거래의 경우 양도세 등 세금규제로 인해 거래가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강남3구를 중심으로 증여거래는 급격히 증가하는 중입니다. 최고세율이 82.5%에 이르는 양도세와 비교하면 50%의 증여세 최고세율은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올해 8월까지 전체 거래건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95%로 집계되었습니다. 2019년만 해도 9.65% 수준이었지만 작년 14.19%를 기록하면서 14%내외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조부모가 자녀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이른바 ‘세대 생략 증여’ 건수가 최근 4년 동안 80%나 급증했다는 사실입니다. 세대 생략 증여는 일반 증여보다 30% 할증된 세율이 적용됩니다. 서울이 전체 세대 생략 증여건수의 44%, 강남3구는 무려 21%를 차지합니다.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거래는 많이 줄었지만 주택수요는 연립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다른 부동산 상품으로 돌아선 듯합니다. 상품만이 아닙니다. 기존의 매매거래에서 증여거래로 거래방식 또한 바뀌는 중입니다. 매매거래 시장에 나와야 할 물량들이 사라지거나 가족간 거래로 바뀐 겁니다. 이로 이해 주거선호 지역에서는 여전한 매도자 우위시장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정부의 중첩된 규제로 인해 아파트 매매거래는 줄었지만 주택수요자들은 주택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 거래가 줄었다고 주택수요자들이 주택시장을 떠났다는 판단은 너무 단편적이며 일차 원적인 해석입니다. 복합상품인 주택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품별, 거래방식별 세분화된 시장 해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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