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건 많은데 활동은 너무 짧아…가요계 후속곡 늘어난다

타이틀곡 활동 1∼2주로 줄자 '후속곡 덧붙이기'…공백기 대비 성격도
서태지와아이들 '환상속의 그대', H.O.T. '캔디', 소녀시대 '키싱 유'(Kissing You), 카라 '미스터'(Mr.)….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이들 노래의 공통점은 바로 음반 타이틀곡이 아닌 후속곡이라는 점이다. 가수가 타이틀곡으로 방송 활동을 마친 뒤 음반에 수록된 다른 노래로 활동하는 이 같은 후속곡은 2010년대 들어 보기 어려워졌다가, 이를 다시 시도하는 아이돌 그룹이 늘어나고 있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그룹 엔하이픈은 정규 1집 '디멘션 : 딜레마'(DIMENSION : DILEMMA)의 타이틀곡 '태임드-대시드'(Tamed-Dashed)로 2주간 활동한 뒤 후속곡 '어퍼 사이드 드리민'(Upper Side Dreamin)으로 1주간 음악 방송에 출연했다.

'태임드-대시드'가 청량한 분위기를 강조했다면, '어퍼 사이드 드리민'은 올드스쿨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교차하는 일렉트로 펑크 장르의 곡으로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빌리프랩은 "엔하이픈은 '태임드-대시드'로 청량한 칼군무를 선보인 데 이어 후속곡 '어퍼 사이드 드리민'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폭넓은 콘셉트 소화력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가요계에서는 2010년대 들어 정규 음반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많아야 5∼6곡이 수록된 미니음반이나 2∼3곡만 담긴 싱글이 일상화되면서 타이틀곡 위주로 활동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기존 음반에 몇 곡을 더 늘려 발매하는 이른바 리패키지(Repackage) 음반 활동도 왕왕 있었지만, 이는 엄밀히 따지면 별개 음반으로 이 활동곡은 '리패키지 음반 타이틀곡'이지 후속곡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분위기를 보면 변화가 감지된다.

앞서 그룹 크래비티는 지난달 정규 1집 '디 어웨이크닝 : 리튼 인 더 스타즈'(The Awakening: Written In The Stars) 후속곡으로 '베니 비디 비치'(VENI VIDI VICI)를 선보였고, 걸그룹 있지도 같은 달 정규 1집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의 후속곡 '스와이프'(SWIPE)로 음악 방송 무대에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음반에서 타이틀곡 외에 팬들이 귀 기울여 들어줬으면 하는 노래가 있다면 후속곡 활동을 통해 이 노래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며 "타이틀곡과는 색다른 퍼포먼스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후속곡 활동을 진행한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 역시 "신인이라면 더 많은 무대로 팬들을 만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며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임으로써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후속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음반 활동 기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는 점도 한 가지 배경으로 지목한다.

과거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는 무려 수개월, 201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약 1개월 안팎에 걸쳐 음악 방송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기 그룹의 경우 1∼2주, 노출이 아쉬운 신인 그룹이라 하더라도 '길어야' 3주 활동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개인 활동과 해외 활동으로 바쁜 인기 K팝 스타는 '컴백 주간이 곧 활동 마지막 주'라는 이야기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음반 준비 기간은 꽤 길고 돈도 돈대로 드는데 활동 기간이 길어야 1∼2주밖에 안 되니 아까워서 후속곡도 선보이는 측면도 있다"며 "후속곡 활동은 다음 음반 준비를 위한 공백기를 일정 부분 메꿔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후속곡 활동은 나쁠 것이 없다.

한두 번이라도 다른 콘텐츠를 시청자 앞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 음악 방송 제작진은 "더블 타이틀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타이틀 활동을 마친 후 후속곡으로 다시 활동한다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