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성적 필요없다"…구인난에 채용 문턱 낮춘 美 기업들 [글로벌+]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 기업들이 채용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역대급 구인난이 이어지자 학력과 경력 등 채용 조건을 완화해 인력 모집에 나선 모습이다.

6일 WSJ 보도에 따르면 화장품 기업 더바디샵은 구직자들에 대한 학력 요건과 신원조회 절차를 없앴다. 약국 체인 CVS 헬스는 더 이상 대학 졸업자의 성적 제출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더바디샵은 2019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리스트의 물류센터에서 계절적 사업에 고용되는 계절노동자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새 채용 절차를 지난해 모든 신입 계절 노동자 선발 절차에 적용했다. 학력과 경력을 묻지 않고 신원조회와 마약검사 절차까지 생략한 것.

올해의 경우 9월 중순 기준 소매, 창고 분야 일반 신입사원 733명도 이 같은 방식으로 뽑았다. 신입 채용 당시 구직자에게 물어본 질문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이 있느냐'와 '25파운드(11.3㎏)의 무게를 들 수 있느냐'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VS헬스는 올해부터 대부분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고교 졸업장 제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졸 구직자를 뽑을 때도 평균 학점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변경했다.이 같은 기업들의 자격 요건 완화로 수백만명의 구직자가 과거에는 지원할 수 없던 일자리에 지원 가능하게 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일례로 2019년 1월 당시에는 보험 영업사원 채용광고의 42%가 대졸 이상 학력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올해 9월에는 해당 비율이 26%로 낮아졌다.

노동시장 분석업체 EMSI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가 이어지면 향후 5년간 대학을 나오지 않은 구직자에게 140만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추산됐다.

채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올리브가든 모회사 다든레스토랑은 올해부터 구직자가 신청 5분 만에 면접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일부 직종에 대해 즉석 채용을 실시했다. 택배사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UPS)는 채용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 일부 구인 정보를 10분 안에 제공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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