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돈 수익형 부동산에 몰린다…매매 역대 최대

올해 1∼9월 서울 매매총액 35조원·건수 1만4천건 돌파
"경기 회복 기대감에 쏠림 심화 가능성…보수적 접근 필요"
올해 들어 서울의 수익형부동산(상가·오피스 등 임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매매 총액이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 총액은 35조7천550억9천266만원, 건수는 1만4천53건으로 집계됐다.

총액과 건수 모두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1∼9월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매매 총액은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4천30억7천227만원 대비 무려 10조3천520억2천39만원 늘었다. 건수는 이전 최대치였던 2016년(1만3천261건)보다 792건 많았다.

올해 서울 수익형부동산의 건축물 주용도별 매매 건수를 보면 공연장·사진관 등이 포함되는 제2종 근린생활(5천182건), 소매점·휴게음식점을 비롯한 제1종 근린생활시설(3천631건), 판매시설(2천501건), 업무시설(1천921건), 교육연구시설(294건), 숙박시설(224건) 등의 순이었다.

판매시설과 숙박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수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업종의 입점이 가능한 근린생활시설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업무시설의 매매 건수가 올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실 리스크가 커진 판매시설과 숙박시설의 매매는 예년에 비해 저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이 상당 부분 수익형 부동산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기준 평균 광의 통화량(M2기준)은 3천494조4천억원으로, 2002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연일 급등하는 주택 가격에 피로감이 쌓이고, 정부가 주택시장에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파트를 비롯한 서울의 주택 매매량은 올해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경매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가(근린상가, 점포,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내 상가 등 포함)의 낙찰가율은 148.4%로 올해 들어 월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총 응찰자수(156명)와 평균 응찰자수(13.0명)도 올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지하 2층∼지상 4층, 토지 면적 168.5㎡, 건물 면적 162㎡ 규모의 강남구 청담동 '꼬마빌딩'(근린상가) 경매에는 무려 120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52억1천900만원에 입찰에 부쳐진 이 물건은 102억5천100만원에 주인을 찾으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96.4%에 달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방역 체제 전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수요가 몰리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와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위드 코로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의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라도 소유 주택이 없다면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 가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공실 리스크가 줄면서 자금 쏠림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수익형 부동산은 주택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경기 상황에 따라 수익률에 부침이 커 꼼꼼하게 실익을 따진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도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에 민감한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입찰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