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용서받지 못한 자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쳐 자신만의 완성된 삶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의도된 탐욕에 의해 저질러진 큰 죄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안기게 되면서 결코 쉽게 용서될 수 없다. 영화<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에서 정의를 무시하고 악행을 저지르던 보안관을, 역시 과거에 엄청난 살인을 저질렀던 무법자가 응징하게 되지만, 그 무법자는 평생 스스로 '용서받지 못한 자'의 멍에에 갇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이 저지른 나쁜 짓은 자신이 가장 잘 알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는 형벌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일부 사회 지도층과 권력자들에게서 양심과 상식의 자세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세태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미래까지 없애는 거지"라는 주인공의 말에서 남을 해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1880년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한때 무자비한 살인자였던 윌리엄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개과천선하여 죽은 아내를 대신해 두 아이를 키우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빅 위스키 '마을의 농장 카우보이 둘이 자신을 비웃었다는 이유로 창녀의 얼굴을 난도질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의 보안관 '리틀 빌'이 말 몇 필의 가벼운 벌금형으로 카우보이들을 풀어주자 이에 격분한 창녀들은 그들을 응징하기 위해 현상금 1천 달러를 내건다. 이에 젊은 풋내기 총잡이 '스코필드 키드'는 윌리엄을 찾아와 동업을 제안하자 처음에는 다시 살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키우려면 돈이 필요했기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과거 총잡이 시절 파트너인 네드 로건(모건 프리먼 분)과 함께 길을 나선다. 마을로 간 이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보안관 리틀 빌에게 잡혀 무장해제된 뒤 폭행을 당하고 간신히 도망간다. 마침내 카우보이들을 죽일 순간이 오면서 세 사람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아카데미 감독상(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상, 남우조연상(진 핵크만), 편집상 등 4개부문 수상]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포인트>
A. 현상금을 보고 참가하게 되는 총잡이들은?
아직 한 사람도 죽인 적이 없지만 다섯 명을 죽였다고 허풍을 떠는 풋내기 '스코필드 키드'는 혼자 힘으로 카우보이들을 처리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전설적인 총잡이 윌리엄 머니를 찾아가 동업을 요구하지만 윌리엄은 이제 가차 없이 살육을 하는 무법자가 아니라 과거의 과오로 인해 여전히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몸과 마음이 나약해진 존재라 거절하지만 키우던 돼지가 열병에 걸려 생활이 어려워지자 동참을 하게 된다. 가는 길에 과거 파트너 네드를 설득하여 동행하지만 네드 역시 농부로 살아온 세월로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상태다.
B. 현상금을 노린 그들에게 닥친 불행은?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밤, 마을에 도착한 그들 중 두 명은 2층에서 일을 맡긴 창녀를 만나러 가고 열병에 걸려 심한 오열로 혼자 1층 바에 앉아 있던 윌리엄 머니는 보안관 리틀 빌에게 위험인물로 찍혀 죽을 만큼 얻어맞고 빗속에 추방된다. 그런 모습을 본 친구 네드는 자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보안관 일행에게 잡혀 공범을 밝히라는 모진 채찍질 고문에 죽고 술집 앞 관속에 "살인하면 이 꼴 된다"라는 명패와 함께 비참하게 전시된다.
C. 독재자인 보안관 리틀 빌의 속성은?
누구보다도 마을의 안전과 질서를 추구한다는 보안관 리틀 빌은 사실 자신의 생각에 무조건 복종하기를 원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오만이 가득 찬 인물이다. 현상금을 보고 마을을 찾아온 영국의 총잡이 잉글리시 밥을 무참히 폭행하고 그를 따라다니던, 폭력을 과대포장하는 비겁한 전기 작가 뷰챔프에게 자신의 전기를 쓰게 만들면서 자신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군림하기를 강하게 원한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건축하던 비가 새던 엉터리 집에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윌리엄 머니에게 당하면서 "지옥에서 만나자"라는 허무한 말을 남기고 죽고 만다.
D. 윌리엄 머니가 마지막 결전을 결심하게 되는 배경은?
폭우 속 열병에 시달리던 윌리엄은 과거 그가 죽인 희생자들의 환상에 시달리며 죄의식에 찬 자기비판으로 남은 인생 역시 끊임없이 공포에 시달리며 살 것이라는 사실에 힘들어한다. 카우보이들을 처치 후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에게 현상금을 주러 온 창녀가 친구 네드가 비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복수를 결심한다. 윌리엄 머니는, 사람을 처음 죽여 충격을 받은 공황상태에서 자포자기한 스코필드 키드에게 현상금을 자신의 아이들과 네드의 부인에게 전해주라고 당부하고 비가 쏟아지는 밤에 혈혈단신으로 복수의 화신이 되어 마을로 리틀 빌 보안관을 찾아간다. 술집에서는 리틀 빌이 신이 나서 수하들과 내일 총잡이 두 명을 잡으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윌리엄 머니는 자신의 친구를 관속에 전시한 야비한 술집 주인 스키니를 먼저 쏘아 죽이고 여전히 안하무인으로 달려드는 리틀 빌과 수하들을 응징한다. 술집을 나오면서 "누구든지 날 쏘는 놈은 부인도 죽이고 친구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른다. 여자들에게 또 손대면 내가 돌아와서 모조리 죽이겠다'라고 엄포를 놓으며 유령처럼 유유히 사라진다.
E. 윌리엄 머니에게 술의 의미는?
한때 전설적인 총잡이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윌리엄 머니도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죽을 것이라는 악몽에 시달리며 술을 마시며 기억을 지우려 했지만 결코 기억은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착한 부인 클로디아를 만나 10년간 술을 끊고 선량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친구 네드가 비참하게 죽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다시 위스키를 들이키고 총잡이로서의 마지막 복수를 하러 가게 된다. (그는 정말로 살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핑계로 잊은척하고 싶은 심리적 도피성이 작동한 것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과거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저예산 서부극으로 흥행을 위해 적당한 스토리에 화려하고 잔인한 총기 액션이 가득한 영화)에서 살인을 일삼던 총잡이의 대명사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감독한 영화<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과거 생각 없이 연기한 잔인한 살육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어떤 폭력이라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힘없는 창녀의 얼굴을 유린한 카우보이, 시민들에게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 보안관, 이들을 응징한 전설적 총잡이 모두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자"로 인식된다. 현대사회에서도 일탈한 권력자들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가면으로 위장한 채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갖은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낙인이 찍혀 후회 속에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인간성의 회복과 함께 책임 있는 리더의 양심을 회복하여 사회와 국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해야 할 것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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