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 獨, 공급대란 직격탄

9월 생산·소비 얼어붙어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둔화
유럽의 '약한 고리' 될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일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주축 산업인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다. 유럽연합(EU)의 경제 회복 국면에서 다른 유럽 주요 국가에 비해 독일 경제의 회복력이 뒤처지면서 EU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일의 9월 산업생산지수는 전달 대비 1.1% 떨어져 8월(-3.5%)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1% 상승할 것이란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9월 소매판매지수도 전월보다 2.6% 떨어져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었다. 결국 독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6%로 낮췄다.경제 회복세에 접어든 다른 유럽 주요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독일의 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8%로 EU(2.2%) 프랑스(3.0%) 이탈리아(2.6%) 등보다 낮았다. 텔레그래프는 “독일이 EU의 약한 고리가 될 위험에 놓였다”며 “EU 내부에서의 주도권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독일 경제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GDP의 약 18%에 달할 정도로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 특히 자동차산업이 GDP의 10%나 차지해 공급망 혼란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차 및 전기 장비 산업에서 90% 이상의 기업이 부품과 원자재가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의 경기 둔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독일 정부는 내년 GDP 증가율 전망치를 4.1%로 올리며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진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카스텐 브제스키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는 공급망 혼란이 풀리면 내년에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