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의 통찰과 전망] 디지털 시대 복지도 비스포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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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도 맞춤형 디지털 플랫폼 활용2020년 초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전염병 차원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변화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경제산업 측면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급성장했다. 방역 차원에서도 일상생활에서 개인화 맞춤형으로 정교하게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체감하는 계기였다.
교통·의료·식재료 등 각자 필요 따라 선택
내년 관련 예산 217조, 지출 방식 전환해야
김경준 < CEO스코어 대표 >
영화관,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하면서 제시한 QR코드로 개개인의 동선이 파악되고 동석자 감염 여부에 따라 코로나 검사가 요청된다. 백신 접종자의 경우 QR코드를 제시하는 순간 접종 후 경과 기간까지 알려준다. 자가격리자는 보건소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움직임을 파악해 관련 수칙 준수를 독려한다. 이러한 개인 밀착형 방역관리는 디지털 기술의 핵심 기능인 개인화 맞춤형이 적용됐기에 가능하다.개인화 맞춤형 디지털 기술을 다른 공공서비스 부문으로 확대하면 국민의 행정서비스 만족도 상승과 효율성 제고가 동시에 가능하다. 동일한 예산을 사용해도 무차별적 살포 방식보다 각자의 필요에 따른 지원이 효용이 높음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개개인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는 더욱 잠재력이 크다. 디지털 시대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지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비스포크 플랫폼 개념의 적용이다. ‘맞춤형 양복’을 의미하는 일반명사인 ‘비스포크(bespoke)’는 최근 가전제품 등 소비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트렌드다.
비스포크 복지 플랫폼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방식의 저비용, 고효율이다. 전체 예산 지출은 동일해도 개개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기에 만족도가 당연히 높아진다. 막연한 기준으로 복지 예산을 공중에서 뿌리지 않고 맞춤형으로 목 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배 고픈 사람에게는 식량을, 아픈 사람에게는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 지원대상인 저소득 고령층 어르신도 건강, 가족, 거주지에 따라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거동이 불편하면 무료 지하철 승차는 의미가 없다. 기본생활은 무리 없지만 함께 생활하는 손자의 방과후 돌봄이 절실한 경우도 있다.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분은 교통비 지원이 반갑다. 마찬가지로 청년층 대상의 직업교육, 취업, 출산과 육아 등도 수요는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수요 대상자들은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통합된 복지 플랫폼에 접속해 각자에게 할당된 금액에 따라 교통, 의료, 학습, 주거, 식재료 등 필요한 항목을 선택하고 제공받는다. 플랫폼에는 민간 사업자도 공급자로 참여시켜 선택의 폭을 넓힌다. 다양한 플랫폼 참가자의 건전한 경쟁으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사회 복지와 관련한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플랫폼에 접속해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장애인 등은 관련 공무원이 직접 대면해 도와드린다.2022년 예산안으로 정부는 국회에 604조원을 제출했다. 이 중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은 217조원(3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8년 145조원에서 4년 만에 50% 증가했다. 관련 예산 규모의 적정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출 방식은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공공 서비스도 행정서류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맞춤형, 개인화, 플랫폼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개념을 접목해야 한다. 특히 예산 지출은 급증하지만 국민의 만족도는 상응해 높아지지 않는 사회복지 부문에서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일부 공공 부문에서는 복지성 포인트를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공급자 시각을 벗어나지 못해 시행 주체가 제각각으로 파편화된 전시성 행정 수준이다. 기본 방향은 범정부 차원의 개인화 맞춤형 사회복지 통합 플랫폼이다.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이후에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서 사회복지는 핵심 이슈다. 사회복지에서도 아날로그 방식의 양적 팽창을 탈피해 디지털 시대의 질적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 분야의 비스포크 플랫폼은 유효한 접근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