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달 라이더 교통사고 없애려면…

라이더 50만명…이륜차 사고 22% 증가
'빨리빨리'보다 '안전 중시' 문화 확산돼야

이주민 <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
최근 코로나19 지속으로 배달 음식 시장 규모가 지난 3년간 여섯 배나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를 배달 천국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배달 라이더의 활동도 급증해 50만 명까지 늘었다. 배달 라이더들의 운송수단은 도보,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 이륜차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오토바이 등 이륜차 비중이 95% 이상이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2020년 이륜차 면허 응시자 수는 14만 명으로 17% 증가했고, 이와 함께 이륜차 교통사고도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특히, 배달 라이더 교통사고는 개인 출퇴근용 오토바이 교통사고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해마다 감소하는데 이륜차 사고는 반대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보다 5.4% 늘었고 사고 건수도 1.7% 증가했다. 하루 58건의 이륜차 사고가 발생하며, 76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것이다. 감사원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는 사고율이 높고 보험료도 비싸 11.8%만 유상운송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배달 라이더들이 보험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배달 라이더 교통사고의 상당수 원인은 법규 위반, 위험 운전과 같은 인적 요인이다. 배달 라이더들이 위험하게 운전하는 이유는 안전운전이 필요하다는 의식 부족과 함께 배달주문 플랫폼 기업 관리시스템과 배달 대행업체의 배달 라이더 휴대폰 콜 접수 재촉,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들의 빠른 배달 요구 등 때문이다. 또한 점심과 저녁 시간의 음식 주문 수요에 비해 배달 공급이 절반 정도라 단시간에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라이더들은 이 같은 이유로 속도 경쟁에 내몰렸고 신호 위반, 인도와 횡단보도 주행, 시끄러운 소음 발생을 일으키며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륜차의 위험·난폭 운전은 안전보다는 속도를 더 중시하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 안전 강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2022년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륜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면허 시험 전 ‘이륜차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로 찾아가는 ‘청소년 이륜차 교통안전교육’도 추진 중이다. 배달 라이더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운전면허 벌점 감경교육’과 실습교육을 하고 있으며 ‘착한운전 마일리지’ 서약 안내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과 홍보를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륜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빨리빨리’보다 ‘안전’하게 배달해 달라는 인식의 전환이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빨리빨리 문화를 해소하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배달비를 인상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배달비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플랫폼 운영사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현실화하려면 모두가 부담에 동의해야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안전해지는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제는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속도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성숙한 문화에 공감하고 실천해야 배달 라이더 교통사고가 없는 안전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