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산데이터 "AI로 가축 폐사 줄여"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제공
온·습도 자동 관리, CCTV 관찰
국내에서 한 해 2700만 마리의 돼지가 태어난다. 하지만 각종 전염병과 질병으로 실제 시장에 출하되는 돼지는 1800만 마리다. 구제역, 돼지열병 등 질병이 축사에 삽시간에 퍼져 폐사하는 돼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축산데이터는 가축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플랜을 제공하는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을 상용화한 업체다.

이 회사의 ‘가축 헬스케어 프로그램(팜스플랜)’은 농가에 설치한 폐쇄회로TV(CCTV)로 돼지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온·습도 등 돈사의 환경 데이터와 가축의 체중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돼지가 이상 행동을 보이면 혈액을 뽑아 건강을 검진하고, 맞춤형 대처 방법을 농가에 제공한다. 농가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얻는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사진)는 “질병 확산에 조기 대응할 수 있어 가축에 쓰는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들고, 폐사하는 가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실제 팜스플랜을 도입한 농가는 매월 항생제 사용량이 80%까지 줄었고,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료회사, 가축 약품회사 등 축산 관계자와의 협업을 강화해 가축 관리 마리 수를 40만 마리까지 늘렸다. 처음엔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큰 돼지용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올해부터 소와 닭도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방식 가축 관리가 중요해지자 해외 축산업계에서도 한국축산데이터의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경 대표는 “인도에선 젖소 농가에,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선 돼지와 닭 축사에 팜스플랜 프로그램을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으면서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시리즈B에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신한벤처투자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선 사람·동물·환경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해 모두 건강히 살 수 있다는 ‘원 헬스’ 이론에 바탕을 둔 한국축산데이터의 사업 모델이 글로벌 축산업의 표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경 대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일하다 창업에 나섰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