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탄소배출권도 ETF로 투자하는 시대
입력
수정
서세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탄소배출권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고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도입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탄소배출권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탄소배출권은 각 기업이 허용량보다 적은 탄소를 배출하면 남는 배출권을 수요 기업에 판매하고, 반대로 배출 허용량이 부족하면 다른 기업에서 이를 구매하는 구조로 거래된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는 ETS가 도입된 유럽, 미국, 한국, 중국 등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시장은 유럽이다.유럽 탄소배출권 선물(ICE ECX EUA) 가격은 연초이후 80%(10월말을 기준) 이상 급등해 톤당 60유로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탄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동시에 최근 들어 각국 정부의 탄소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위한 개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탄소배출권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오히려 탄소배출 주체의 배출량 감축 노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배출권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 하에 2030년 글로벌 탄소 가격이 톤당 $14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각각 130달러, 184달러로 추정했다.
일반 투자자가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탄소배출권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KRBN은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미국 최초의 ETF다. IHS 마킷 글로벌 카본인덱스를 추종하며, 유럽 탄소배출권(EUA),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CCA), 미국북동부 탄소배출권(RGGI)의 선물 근월물부터 2년 후 만기가 도래하는 원월물까지가 투자 대상이다.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은 10월말 기준 104.2%이며, 이는 연초 이후 65.9% 상승한 수준이다.
탄소배출권은 보관 비용이 없어 다른 원자재 선물 대비 롤오버 비용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여타 원자재 ETF와 달리 탄소배출권 ETF는 선물 만기 도래가 가까워져도 실제 ETF와 탄소배출권 가격 간 괴리율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재 ETF가 갖는 롤오버 비용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탈(脫)탄소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탄소배출권 ETF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